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개발 관련 시설 모습. 한국원자력연구원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뉴시스
원자력발전은 효율성은 탁월하지만 안전성은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받는다. 탈원전 찬성 여론은 상당 부분 방사능을 동반한 원전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근거다. 원전의 또 다른 단점이 방사성폐기물 처리다. 영구처리가 아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 건설조차도 정부, 지자체, 주민, 시민단체 등이 셀 수 없이 충돌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거친다. 실제 건설기간을 감안했을 때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은 원전 셧다운 직전인 지난해 8월 확정됐다. 의견수렴 과정이 그만큼 길었기 때문이다.
방사성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재활용할 수 있는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기술이 최근 한미 양국 원자력 관련 연구소에서 '기술검증 가능성' 단계까지 진전됐다고 한다. 관련 연구소는 한국 원자력연구원과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 아르곤국립연구소다. 첨단 신기술이고 최종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 저장시설이 포화를 앞둔 우리 현실을 고려하면 희소식이다. 오는 2029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폐연료봉 저장공간이 꽉 찬다. 맥스터 신증설 또한 쉽지 않다. 더구나 이 신기술을 이용하면 사용후핵연료의 부피를 20분의 1로 줄이면서 소듐냉각고속로(SFR) 등 차세대 원자로의 연료로도 쓸 수 있다고 한다. 첨단 기술이지만 방식은 폐자원 재활용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다만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이 현실화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원전 반대 여론은 여전하다.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문재인정부가 이 같은 정책 방향을 선택할지도 관건이다.
더 중요한 건 미국의 입장이다. 한국은 파이로프로세싱을 폐연료봉 재활용 신기술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은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재처리 기술로 본다. 플루토늄은 원자폭탄의 원료로 쓰일 수 있어 미국이 눈에 불을 켜고 본다.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논의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물론 외교부,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미국 국무부, 에너지부, 핵안보청이 참여하는 이유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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