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법정관리 하에서 매각을 추진 중인 쌍용차 인수전이 '정상화'를 위한 기업 회생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뉴스1
현재 법정관리하에서 매각을 추진 중인 쌍용자동차 인수전이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전기차 회사로 전환'은 구호일 뿐이고 실상은 쌍용차 평택 공장 부지에 아파트를 짓고 개발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쌍용차는 앞서 중국 상하이자동차, 인도 마힌드라에 팔렸다가 기술만 유출되고 정상화에는 실패하며 '실패한 매각', '먹튀' 비판을 받았다. 3번째 매각을 앞둔 쌍용차의 현재 상황은 앞선 2번의 매각때 보다 더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월말 쌍용차의 조사인을 맡았던 EY한영회계법인은 "쌍용차를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청산(파산)이 낫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당시 한영회계법인은 "쌍용차를 지금 청산하면 9800억원의 가치가 있는 반면 계속 운영할 경우 750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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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는 2007년부터 2020년까지 14년 동안 2016년을 제외하고 영업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티볼리의 전례없는 성공으로 쌍용차는 2016년에만 3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쌍용차는 매년 적게는 100억원, 많게는 14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손실폭이 급등해 각각 2750억원, 446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쌍용차는 영업을 할수록 손실이 쌓이는 구조였다. 서울회생법원 주도로 법정관리가 이어질 경우 청산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청산절차에 들어가기 앞서 외부 투자 유치와 매각이 가능토록 법원은 시간을 줬다. 쌍용차를 살 의향이 있는 회사를 모집한 결과 총 11곳이 쌍용차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의사를 표했다. 이후 쌍용차에 대한 회사정보와 경영자 면담 등 약 20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참여할 수 있는 예비실사에는 총 7곳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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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운영하면 손해가 예상되고, 지금 당장 파는 것이 2300억원이 이득인 회사를 사고 싶어하는 회사들이 7곳이나 있다는 것은 의외였다. 이유는 나중에 밝혀졌다. 쌍용차가 평택시와 업무 협약을 맺고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평택 공장 부지의 감정가는 약 9000억원으로 쌍용차와 평택시는 공장부지를 주거용지로 변경해 아파트(주거단지)로 개발할 것임을 밝혔다.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경우 수익이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쌍용차는 노후화된 평택 공장 부지를 처분하고 그 비용으로 전기차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새 공장 신설 비용은 부지 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약 9000억원대라는 추정이 나왔다.
쌍용차의 경영권을 인수해 평택 공장 부지만 성공적으로 잘 팔아도 1조5000억원의 수익이 생기고, 9000억원으로 전기차 공장을 짓더라도 약 6000억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쌍용차의 본업인 자동차를 팔아서 생긴 영업이익이 아닌 영업외 수익으로 잡힌다.
쌍용차 인수자 입장에서는 쌍용차의 매각 가격에 따라서 기대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쌍용차의 인수 가격은 최소한 청산가격(9800억원)보다 높아야 한다. 약 1조원 이상에서 인수가격이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인수자가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바로 마련할 필요는 없다. 현재 쌍용차가 갖고 있는 각종 채무의 경우 지금 바로 갚지 않아도 되거나, 채권자들이 모여서 결정할 경우 금액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먼저 쌍용차는 현재 6900억원 정도의 공익 채무가 있는데 이는 직원들의 밀린 임금과 퇴직금 등이다. 쌍용차 인수를 하더라도 반드시 갚아야 하지만 당장은 갚지 않아도 된다. 공익채권 외에 산업은행 등 채권자에게 빌린 돈이 7800억원 가량인데 이는 채권자들이 회의를 통해 삭감해 줄 수 있다.
결국 인수자 입장에서는 1조원의 인수금액 중 공익채권 6900억원을 뺀 3100억원의 현금으로 쌍용차를 인수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더해 인수자는 산업은행에 쌍용차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 추가적인 대출을 요청할 수도 있다.
산업은행은 앞서 "최근 10년간 누적적자가 1조원이 넘는 회사에 단순히 돈만 넣는다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량해고가 우려되는 쌍용차 파산을 막기 위해 산은도 결국 적합한 인수자가 나타나면 대출 지원을 해줄 공산이 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쌍용차의 파산을 2~3년 유예하는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7곳의 회사의 경우 '지속가능한 사업 계획'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커다란 의문부호가 존재한다. 설령 그럴듯한 사업 계획을 마련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은 또 다시 별개의 영역이다.
이달 2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온라인을 통해 진행한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이후 회생 및 미래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9월 2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주체한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이후 회생 및 미래 발전 방안 토론회' 유튜브 화면 캡처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의 오민규 연구위원은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회사를 크게 '염불보다 잿밥형'과 '자기가 테슬라인줄 아는 왕자병형'으로 구분했다.
오 연구위원은 "자동차 사업하러 들어온 건지 부지 매각해서 부동산 사업하러 들어온 건지 (알 수 없다)"며 "자동차 사업 경험이 거의 없는 사모펀드까지 몸값 올리는 투전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기차 기업으로 탈바꿈 한다는 웅대한 꿈은 있는데 모든 업체가 다 역량이 의심된다"며 "대부분 업체들이 현재 쌍용차 매출액의 10분의 1도 안되는 상황인데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자금은 어떻게 할지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특히 쌍용차 경영권을 넘겨 받은 뒤 정부와 연결해 국민 혈세 지원과 특혜를 요구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자동차 사업은 삼성이 처음으로 실패를 인정한 사업이자 고 이건희 회장이 처음으로 실패한 사업이다. 그나마 앞서 2번의 쌍용차 매각은 상하이 자동차, 마힌드라라는 자동차 사업이 본업인 회사에 이뤄졌다. 하지만 3번째 매각 후보군 회사들을 살펴보면 건설회사(SM)이거나 쌍용차 매출의 10분의 1수준이 중소 자동차 관련 업체들 뿐이다. 특히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작은 회사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두바이,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의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는데 이들에 대한 검증도 필요한 상황이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쌍용차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은 과거부터 없었지만 정권이 금속노조 눈치를 보며 연명하게했다"며 "펀드 입장에서는 쌍용차가 부동산 가치가 있으니 눈독을 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대림대 자동차 학과 교수는 "상하이차나 마힌드라와 비교해도 현재의 인수후보군 회사들은 상황이 안 좋다"며 "쌍용차의 회생과 정상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고 가정하더라도 험난한 '정상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쌍용차의 정상화란 본업인 차를 팔아서 수익을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쌍용차는 2024년까지 전기차 5종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내년까지 평택 공장 부지가 성공적으로 매각 되고 전기차 공장 신설을 위해 부지 선정과 착공에 약 3년이 걸리면 이르면 2025년에는 생산이 시작될 수도 있다.
신차 1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약 3000억~5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한데 5종 개발을 위해서는 1조5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의 비용이 들 전망이다.
쌍용차 1인 평균 연봉이 8000만원에 직원 절반 고용을 지속해 유지하더라도 약 2500명의 인건비만 매년 2000억원의 인건비가 필요하다.
이호근 교수는 "앞으로 쌍용차가 출시하는 모든 신차가 흑자를 기록한다고 전제하더라도 구조조정 없이 지금 상황에서 정상화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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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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