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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관 1명이 17건 담당… 사법경찰 지위는 있으나마나

끊이지 않는 '전자발찌 범죄'
7개월간 현장 출동만 1만6600건
과중한 업무에다 보복공포 시달려
특사경 제도 6월 도입했지만
고질적 인력부족에 실효성 없어

보호관찰관 1명이 17건 담당… 사법경찰 지위는 있으나마나
지난 6월부터 '전자감독 특별사법경찰관제도(특사경)'가 도입됐지만, 최근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근본적으로 관리·감독 인원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부차적으로 도입되는 제도만으로는 재범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지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수사의뢰 사건에 대한 진행이 잘 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사경 제도가 도입됐지만, 특사경 담당 인력은 충원되지 않은 상태"라며 "전자감독이 확대일로에 있는 만큼 충분한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사경제도에도 재범 방지 '요원'

5일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전자발찌 감독 특사경 인력은 467명이다. 지난 6월부터 전자감독 특사경제도가 시행되면서 특사경 권한을 부여받은 전자감독 전담 보호관찰관(보호관찰관) 인력 306명(7월 말 기준)과 사건을 맡지 않는 보호관찰소장 등 당연직 인력까지 모두 포함한 숫자다.

전자감독 특사경 제도는 외출제한명령 위반, 전자발찌 신호 중단 등 전자감독 대상자가 준수사항을 위반했을 때 보호관찰관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제도다.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대신 보호관찰관이 직접 수사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수사기간이 지연되는 문제를 막기 위한 조치다. 보호관찰관 등은 전자감독 대상자가 도주했을 때 긴급체포 하는 등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사법경찰관의 지위도 있다.

하지만 전과 14범의 강력범인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기 전후 2명의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사경 제도 도입만으로는 재범 방지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씨는 자택에서 여성 1명을 살해한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야간 외출제한 명령을 위반했다.

강씨의 자택으로 출동하던 서울동부보호관찰소 범죄예방팀은 현장 도착 전 강씨가 집으로 돌아간 것을 확인해 소환 조사 예정만 전화로 고지한 채 돌아갔다. 이후 강씨가 또 다른 여성을 살해하면서 사실상 재범 방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보호관찰관, 과중한 업무·보복 공포

일각에서는 보호관찰관이 부족한 인 력으로 과중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이번 사건 발생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호관찰관은 전자감독 대상자들이 외출제한 등 준수사항을 위반하거나 현장에 출동하는 업무 외에도 야간 불시 점검, 이동경로 점검 등을 비롯해 일정 주거지가 없는 경우 주거지 물색 업무까지 맡고 있다. 보호관찰관 업무를 맡았던 법무부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원격감독 개념으로 인력을 줄이기 위한 재택구금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재범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밀착지도감독 개념으로 도입됐다"며 "1인당 사건 수가 무의미할 정도로 매뉴얼 이상의 자기희생적인 부분을 요구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지난 7월 말 기준 보호관찰관 1명이 담당하는 사건 수는 17.3건, 올해 1~7월 현장 출동건수는 1만6659건에 이른다. 관제센터에서 처리되는 경보, 전화로 처리되는 경보 등 실제 경보는 수십만건에 달한다는 것이 법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호관찰관의 야간 업무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4단 이상 유단자들인 무도실무관 158명을 채용해 함께 현장에 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마저 전자감독 대상자들과 잦은 충돌,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지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펴낸 '성폭력범죄자 사후관리시스템에 대한 평가연구'에 따르면 전자감독 전담직원 36.6%는 신체적 폭력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19.9%는 전자감독 종료 후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전자발찌가 훼손되거나 충전이 되지 않아 현장에 출동하면 전자감독 대상자들이 "전자발찌를 채웠으면 됐지 어디 갈 때마다 보고해야 하느냐"며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직원을 폭행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에 진정을 넣겠다"며 항의하는 경우도 잦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과자인 전자감독 대상자들은 지시사항을 잘 듣지 않고 직원들과 충돌도 잦다"며 "이 때문에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것에 대한 직원들의 부담이 크고, 심리적으로 피폐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