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안된 양모씨는 '피고인'
심의위 열린다면 공개 가능
여론 따라 결정되는 경우 많아
절차·제도 개편 목소리 확산
흉악범들의 신상 공개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전자발찌 훼손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56)의 신상은 공개된 반면, 영아강간살해범인 양모씨(29)의 신상공개는 안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신상공개 절차와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5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 6월 15일 생후 20개월 된 A양을 수십차례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화장실에 숨겨둔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양씨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 신상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상 피의자가 아닌 피고인 신분 탓이다. 양씨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제8조의2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법으로 정한 요건을 모두 갖춘 특정강력범죄사건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신상 정보 공개 여부는 지방경찰청 내 설치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 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양씨가 신상공개가 안된 배경에 전문가들은 경찰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언론 노출 여부에 따라 신상공개위원회가 열려 다른 사건과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씨 사건이 특정강력범죄법에 해당된다면 경찰이 신상정보 공개 심의 위원회를 여는 게 맞다"며 "언론에 사건이 노출돼야 위원회가 열리는 경우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죄의 공소제기가 가능했고, 증거가 부검보고서를 통해서 확실하게 나왔다면, 그때라도 신상공개 가능성을 따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신상정보의 모호성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사실이다"며 "국민 법 감정을 잘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신상공개 결정이 여론이나 감정에 치우져 이뤄진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자격 요건과 제도의 기준을 좀 더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