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 재직 시절 제자 추행…‘자치도에 바란다’ 비판 글
제주도립미술관 [출처=홈페이지]
■ “기획 의도 맞아 전시…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
[제주=좌승훈 기자] 과거 성폭력 사건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사진작가의 작품을 기획전에 올렸다가 항의를 받고 내리는 일이 제주에서 발생했다.
제주도립미술관은 과거 성희롱·성폭력 전적이 있는 사진작가 A씨의 작품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해당 작가의 성폭력 논란은 제주도 인터넷 홈페이지 ‘자치도에 바란다’에 게재된 ‘제주도립미술관에는 성폭력 가해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알려졌다.
제주도립미술관이 지난 6월22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예술가의 사물을 표한하는 형식 관찰기’를 주제로 열고 있는 이번 기획전에는 유화·사진·도자기 등 71점의 전시작 중 성폭력 가해자인 A씨의 작품도 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작성자는 해당 글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의 작품이 버젓이 전시되고 있다. 이해할 수도, 방관할 수도 없는 도립미술관의 2차 가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어 A씨의 작품을 즉각 철수시킬 것과 민원 내용에 대한 인정과 함께 공식적인 사과문 게재를 요구했다.
A작가는 서울 모 대학 교수로 재직할 당시, 작업실과 촬영여행지 등에서 제자들에게 성적인 발언을 하거나 신체 접촉을 하고 술을 따르게 했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다. 이는 2018년 일부 졸업생들의 폭로로 드러났다. 당시 A작가는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범행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A작가는 1981년 이 학교 사진과 교수 임용 후 2015년에 정년퇴직했다.
더욱이 제주도립미술관 측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이번 전시회에 해당 작가의 작품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글을 올린 민원인은 “해당 작품이 전시돼 있음을 확인한 누군가가 기관에 전화해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관계자는 기관이 해당 작가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예술과 개인을 별개로 보아 예술작품의 가치를 보아서 전시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미술관 측은 논란이 일자 6일 긴급회의를 갖고, A작가의 작품을 철거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 관련 의혹이 제기됐던 작가의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피해자를 포함해 관람객 여러분께 상처를 드렸던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도립미술관 운영 전반에 대해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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