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 코지코드에서 지난 5일 니파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12살 소년의 시신이 화장을 위해 옮겨지고 있다. 케랄라주에서 치명적인 닛파 바이러스 사망자가 발생, 코로나19에 이어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산 넘어 산, 아니 산 넘기도 전에 또 산이다. 코로나19로 정신이 없는 인도에 '니파 바이러스'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9일 인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인도 보건 당국은 니파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총력전이 이어지고 있다. 니파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최대 75%에 달하는 전염병이다.
인도 남부 케랄라주(州) 비나 조지 보건장관은 “니파 바이러스로 사망한 12세 소년과 접촉했던 8명의 1차 접촉자들의 샘플 검사 결과 다행히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며 “앞서 고열 등 바이러스 의심 증상이 나타났던 소년의 어머니 등도 정상 체온을 되찾은 상태”라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발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 케랄라 주에선 니파 바이러스 감염 판정을 받은 12세 소년 모하메드 하심이 병원에 입원한 지 1주일 만에 사망했다. 이에 인도 보건 당국은 하심과 밀접 접촉한 30명을 격리하고,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251명에 대한 추적 감시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129명은 의료진이다.
이처럼 보건 당국이 긴장하는 이유는 니파 바이러스가 사람과 동물이 모두 감염될 수 있는 ‘인수 공통 감염병’이면서 치사율이 최대 75%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항바이러스제를 통한 증상 치료만 가능한 상황이다.
과일박쥐. 뉴스1 제공
니파 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 니파에서 처음 발견돼 당시 1년 동안 말레이시아에서만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이후 2001년과 2007년 인도 웨스트벵골 주에서 니파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50명 이상이 숨졌다. 지난 2018년에는 케랄라 주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며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바이러스는 처음에는 돼지로부터 전염된 것으로 생각됐으나, 이후 과일박쥐로부터 옮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염 후 바이러스 증상이 발현하기 전 잠복기는 5일~14일로 초기에 고열, 두통, 어지러움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다가 뇌염 증상이 갑자기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뇌염과 발작이 발생하며, 24시간~48시간 이내에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인도에서의 니파 바이러스 유행으로 번질 경우 다시 방역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자체 개발 백신인 코비실드 등을 대량으로 접종하며 한때 40만명대였던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을 간신히 벗어난 상황이다.
다만 아직도 하루 3만명 대의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고, 특히 케랄라 주는 인도 내에서도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곳이다.
이에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코로나 바이러스 만큼 감염력이 높진 않을 수 있지만 니파 바이러스는 이전의 발병에서도 인간 사이에서 빠르게 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인도 케랄라주 코치에 있는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센터가 개원 직후 백신 부족으로 문을 닫게 되자 접종하러 왔던 시민들이 문의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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