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미 국방부 청사에서 1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오른쪽)과 질 바이든 영부인이 9·11테러 20주년을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9·11테러 20주년을 맞은 미국에서 11일(현지시간) 전현직 대통령이 동참하는 전국적인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동시에 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와 부활한 탈레반은 건재를 과시했다.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있었던 기념 공원에서는 첫 번째 여객기가 빌딩에 충돌한 시각부터 추모식이 진행됐다. 2001년 9월 11일 당시 20명의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민항기 4대를 납치해 쌍둥이 빌딩과 버지니아주 국방부 청사에 충돌했고 이 가운데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던 1대는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에 추락했다. 테러로 2977명이 사망했다.
■여전히 갈라진 미국
사건 당시 민주당 상원의원이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3곳 모두를 방문해 추모 행사를 치렀다. 특히 WTC 붕괴 현장에는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포함한 민주당 전직 대통령들도 참석했으며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과 낸시 팰로시 하원 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도 참석했다. 바이든은 행사 내내 공식 연설을 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공개된 영상 메시지에서 미국이 테러 이후 "단결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점을 배웠다"면서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고 미국이 최고에 있게 하는 것이 단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테러 현장 방문 대신 뉴욕시 경찰서와 소방서를 방문해 바이든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비난했다. 지난해 탈레반에게 철군을 약속했던 트럼프는 바이든이 자신의 철군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며 "최대한의 무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왜 다른 9.11 추모 연설들에서는 그 문제가 거론되지 않는지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테러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는 생크스빌 추모 행사에 참석해 극단적으로 갈라진 미국을 우려했다. 지난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 난입사태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부시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테러 위협은 국경 너머 외국에서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결집된 폭력으로부터도 나올 수 있다는 징조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내와 극단주의 폭력 테러가 "미국의 상징을 훼손하려는 목적이며 둘 다 테러리즘이라는 악령의 자식들이다"고 주장했다.
■20년 전으로 돌아간 아프간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알카에다는 이날 수장으로 알려진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후 지속적으로 사망설이 나돌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영상에 등장한 자외히리는 "미국이 20년 전쟁 끝에 패배해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 최신 무기로 무장한 적을 소진시키는 데는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지 않았다. 적을 지치게 하라"고 말했다.
탈레반도 공식적으로 정부 출범 소식을 알렸다. 9·11테러 직후 알카에다를 숨겨주다 미국과 전쟁에 패해 20년간 게릴라전을 벌였던 탈레반은 지난달 미군 철수에 맞춰 아프간을 다시 점령한 뒤 과도 정부를 세웠다. 탈레반은 12일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 자신의 깃발을 게양했다. 탈레반은 정부 출범 행사를 따로 열지 않고 이번 깃발 게양으로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11일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가까운 시일 내에 탈레반을 공식 정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미국과 중동 관계가 더욱 복잡해졌다. CNN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바이든의 지시에 따라 9·11테러 당시 조사 보고서를 기밀 해제했다.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인 오마르 알 바유미라는 인물이 사건 당시 테러범 중 최소 2명에게 이동 및 숙박,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FBI는 알 바유미가 사우디 정보 요원이나 사우디 영사관 관료일 수 있다고 의심했다. 사우디는 알카에다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의 고국인 동시에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자들이 모금 활동을 벌이는 주 무대이기도 하다. 테러 직후부터 사우디 정부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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