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에 최소 1500만원 필요한데
규모 상관없이 고작 200만원 지원
권리금 없이 가게 내놓는 경우도
정부 보상·지원 늘려달라 하소연
#서울 강동구에서 15년째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43)는 PC방을 내놓은 지 1년이 넘도록 폐업을 못하고 있다.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이씨는 한 달 전부터 새벽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홀로 매장을 지키고 있다. 이씨는 "1500만원 이상이 드는 철거비용 역시 부담이다. 정부가 업종이나 매장 규모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200만원씩 지원해준다고 한다"며 "방역지침을 그대로 따르다 결국 폐업을 하게 돼도 철거비용조차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고 싶어도 폐업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철거비용이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1500만원 이상 드는 PC방이나 노래방은 폐업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폐업수, 코로나19 이전보다 줄어
12일 서울시 우리마을가게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서울 지역 전체 폐업 수는 1만3967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3281건) 대비 686건 늘었다. 자영업자들은 폐업하고 싶어도 폐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PC방이나 노래방 점주들은 1000만~1500만원에 달하는 철거비용도 부담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중인 경기석씨(57·코인노래방협회장)는 "자영업을 시작할 때 2년 이상 버틸 수 있는 자본금을 갖고 시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노래방처럼 폐업할 때 인테리어 비용이 필요한 사람들은 대출금 상환을 못 해 폐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경씨에 따르면 원상복구 비용은 적게는 1000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른다. 이에 사업 초기 권리금 5000만원, 1억원을 낸 자영업자들은 권리금 없이 매장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경씨는 "하루 하나도 팔기 어렵다 보니 노점상들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며 "노점상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인데 실제 통계보다 더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했거나 폐업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동인구가 많았던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에 있던 떡볶이, 음료 노점상 등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철거비용 1500만원 달하는데…
경기도 용인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35)는 보증금 3000만원을 모두 월세로 충당한 뒤 월세를 감당할 여력이 없어 얼마 전 건물주로부터 퇴거명령을 받았다.
김씨는 "폐업을 고려할 수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며 "2억원의 시설대출도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에 기반을 둔 정부의 방역지침은 자영업자에 치명적이었던 반면, 그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은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한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기준으로 한 거리두기를 방역대책 기본방침으로 정한 만큼 결과적으로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며 "자영업자들에 대한 매출파악 한계도 분명 있지만,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이 굉장히 불충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종업원 없이 혼자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났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된 이후에도 자영업자가 얼마나 회복될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