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치료를 거부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성범죄 전과자에게 치료 전 재범의 위험성을 따질 기회가 없었다면 이를 부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성충동약물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9년 7월 보호관찰관의 지시에 따라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이를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A씨는 지난 2013년 8월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하며 1년 간 성충동 약물치료를 명령했다.이 판결은 이듬해 확정됐다. 하지만 A씨는 2017년 11월 부작용을 우려해 약물치료 지시에 불응했다.
석방된 A씨는 2018년 6월 성충동약물치료법 위반죄로 다시 기소돼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의 징역형 종료는 2019년 7월이었다. 보호관찰관이 같은 해 5월부터 치료명령 집행을 시도했지만, A씨는 부작용 등 건강상 이유로 재차 불응했다.
1심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준수사항을 위반했다고 봤다. 2심에 이르러 A씨는 법 조항의 효력이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2심은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치료명령 자체는 합헌이지만, 불필요한 치료를 막을 절차가 없는 점에 대해 위헌적 부분이 있어 개선입법을 하라는 취지"라며 "개정 전 법에 근거해 이뤄진 치료명령이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준수사항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A씨의 경우 약물치료 집행의 필요성에 대해 법원 판단을 받았어야 함에도 그 기회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지시에 불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첫 치료명령이 내려진 이후 6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고, A씨의 심리상태를 고려해 치료를 강제할 필요성 등에 대해 새로운 판단을 할 필요도 있었다"고 판시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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