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중 신한만 일정 확정
비대면 업무 늘고 디지털 전환 확산
인력 수요 감소에 정기채용 부담
올해 하반기에도 금융공기업들이 대규모 정기 신입채용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이는 디지털 전환 바람과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확산으로 인력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는 은행에서 일부 디지털 분야에 대한 수시채용만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IBK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은 활발하게 정기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달부터 필기시험과 면접을 치른 후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공기업의 하반기 신입 채용 규모는 약 7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하반기에 종합직원(5급) 90명을 채용할 예정이고, IBK기업은행은 약 100명의 신입행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이와 상반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아직도 하반기 채용을 확정하지 않았다. 신한은행의 경우 하반기 채용에 디지털 역량을 측정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평가를 도입할 예정이다. 보통 시중은행들은 매년 9월 중에 채용을 실시했지만 현재 채용 공고도 나와있지 않은 상황인 것을 감안할 때 결국 올해 하반기 신입 채용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정기 채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금융 시장에 불어온 디지털 전환 바람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으로의 변화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력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대규모 정기 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업무 효율화 측면에서 현장 영업점을 지속적으로 감축하고 기존 인력에 대한 희망퇴직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기조 속에서 작년 말부터 지난 6월까지 5대 은행을 떠난 직원은 2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 채용의 빈자리는 일부 디지털 분야 등에서의 경력 수시 채용이 메꿀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은행권에서는 디지털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인재들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은행들의 수시채용 전형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개발자나 디지털 관련 분야 경력자, 클라우드 엔지니어링 전문직무 직원 등을 우대하면서 인력 효율을 높이려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부문에 힘을 주고 있다 보니 IT부문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차원에서 수시채용 형태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권을 향해 청년층 고용 창출을 계속 주문하는 것은 변수로 지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채용 관련해 요청 사항이 있어서 관련 부서에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은행권 자체가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지점은 줄이고 IT 인력을 수시로 채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규모 공채 실시가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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