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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시장 비방 기자회견 해달라"..송병기 문자 재판서 공개

[파이낸셜뉴스]
"울산 시장 비방 기자회견 해달라"..송병기 문자 재판서 공개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사진=뉴시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스님에게 당시 울산시장에 부정적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기자회견을 해달라고 사주한 혐의를 받는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문자가 재판 과정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장용범 마성영 김상연 부장판사)는 13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송 전 부시장 등 7명의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송 전 부시장의 업무수첩을 제시하며 "2018년 1월6일 A스님을 만나 길천산업단지에 대해 논의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길천산업단지 조성을) '후대에 죄를 짓는 행위'라고 기재했다"며 "이날 A스님을 처음 만나 (길천산업단지 조성을) 환경파괴 행위로 규정하는 것을 선거전략으로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현 시장이 진행한 사업에 대해 차기 선거에서 유리하게 사용할 목적으로 네거티브 공세를 취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또 송 전 부시장과 A스님이 나눈 문자메시지를 증거로 공개했다. 송 전 부시장이 A스님에게 보낸 문자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 문제 갖고 방송사 국장하고 상의해보겠습니다. 분양받은 레미콘 업체가 현재 김 시장이 특혜를 준 업체니까요."
A스님은 송 전 부시장에게 레미콘 업체에 관한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으나 송 전 부시장은 A스님에게 "무조건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시민들 관심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고발이 있어야 경찰이 수사할 수 있다. 심증 갖고는 할 수가 없다"고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어 검찰은 송 전 부시장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이 특혜분양을 받은 것처럼 기자회견의 내용, 기자회견 방법과 도와줄 사람까지 A스님에게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에 A스님이 "기자회견을 하면 기자들이 써줄까 걱정이다"라고 하자 송 전 부시장은 "제목을 흥미롭게 달면 작더라도 받아준다.
사전에 방송국 협조를 요청하면 받아준다"며 구체적 방법까지 조언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기자회견 후 실제로 한 지역신문 기자와 송 전 부시장이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해당 문자에서 드러난 정황대로 송 전 부시장이 기자회견 사주와 향후 이른바 '언론 플레이'를 한 정황도 의심된다고 봤다.

한편 송 전 부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스님을 통해 "당시 울산 시장과 유착관계에 있는 인사가 길천산업단지를 특혜분양 받았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도록 해 시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