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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경력 축소' 법원조직법 개정 무산에도 찬반 논란 치열

"법률 무력화 시도 법원에 채찍"
"법관 제도·처우개선은 꼭 필요"

경력 법관 임용기준을 5년으로 낮추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무산되자 이 문제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겁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력 법관 임용 최소 경력을 '10년'으로 하는 현행법은 지난 2011년 도입됐다. 관련 논의는 지난 1993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법관 지원율 감소 등 현실적 이유로 법조계에서는 법조일원화를 유보하되 우수한 경력 법조인들을 법원으로 올 수 있도록 법관들의 제도·처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데 힘이 실렸다.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부결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글들이 올라왔다. 현직 부장판사들이 쓴 이 글들은 조회수 800~1000을 기록했다. 평소 코트넷 이용에 비해 관심이 높은 셈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주의해야"

고승일 인천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2기)는 국회 의사결정 과정에 법원이 개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국민들이 '10년' 기준을 선택한 것인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법원 구성원들이 업무 처리 등 현실적 이유로 개정하려고 했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고 부장판사는 "법관은 겸손히 의견을 밝힐 수 있을 뿐, 법원 설치와 구성에 관한 최종 선택은 국민·국회에 있다"라며 "법조일원화를 제대로 시행하기 전 법원 내부 사정을 들어 법률을 무력화하려 했던 법원에게 국민이 '월권적 태도'라고 나무라는 건 채찍"이라고 주장했다.

고 부장판사는 개정안을 추진하며 준비가 미흡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법관이나 법원이 자신들의 사정만을 이유로 과거로 회기하자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명분으로 내세우긴 부족하다"라며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에서 앞으로 벌어질 법원 상황에 대해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선악 프레임 옳지 않아"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부결되자 김용희 울산지법 부장판사(34기)는 SNS에 "획기적 증원과 판사 근무여건의 파격적 개선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비판했다. 또 반대·기권 의원들을 향해 "선악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반개혁세력'을 만들어 냈다"고 썼다.


송승용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29기)는 이런 '정치적 접근'을 경계했다. 그는 "정치적 분석은 법원이 개정안 추진에 대해 정치적 미숙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법조경력 재조정'은 그런 정치적 고려에서 출발한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개정안 부결을) 법조 경력연차 재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이에 기초한 입법권자의 결단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봐야 한다"라며 "개정안 부결을 선악의 구도나 개혁·반개혁 프레임으로 볼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