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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자영업 부채 눈덩이, 만기연장으론 역부족

극단적 선택 막으려면
비상한 대책 마련해야

[fn사설] 자영업 부채 눈덩이, 만기연장으론 역부족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당정협의에서 "(자영업자 부채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내년 3월까지 한차례 더 연장하겠다"고 말했다./사진=뉴스1화상
자영업자에 대한 코로나 금융지원이 내년 3월까지 연장된다. 만기연장 210조원, 원리금 상환유예 12조원 등 총 222조원 규모다. 지난해 4월 시작된 자영업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이번까지 모두 세차례 연장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5일 당정 협의에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하겠다"고 말했다. 추가 연장은 불가피한 조치다.

자영업자들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코로나 극복의 최대 희생양이 바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다. 짧고 굵을 것이라던 거리두기 4단계는 길고 굵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자영업자 몇 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렸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자영업 단체들은 14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사적 모임 제한과 영업시간 제한 철폐를 요구했다. 그러나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에 다다르기 전까진 현행 방역체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부채는 약 832조원으로 1년 전보다 19%가량 불었다. 이 마당에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주열 총재는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시장은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빚더미에 앉은 데다 돈줄까지 바싹 마른 자영업자들에게 긴축 기조 전환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번에 은행 등 금융권이 추가 만기연장에 동의한 것은 금융의 공익성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문제는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를 무한정 지속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번에 추가 연장 혜택을 받는 222조원 가운데 일부는 혜택이 끊어질 경우 부실이 우려된다. 고 위원장은 "질서 있는 정상화를 위한 보완 방안을 함께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바른 시각이다. 나중에 자영업 부채가 금융시장 질서를 흩트리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는 금융당국과 한은이 좀더 적극적인 자영업자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이 유달리 높다. 전체 취업자 4명 중 1명 꼴이다. 무급 가족 종사자(108만명)까지 합하면 자영업 종사자는 660만명(6월 기준)으로 집계된다. 자영업이 무너지는 걸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국회는 지난 7월 초 코로나 손실보상법(소상공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오는 10월부터 법에 따른 손실보상에 착수한다. 하지만 관련 예산 규모는 소상공인들의 요구에 턱없이 모자란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죽음까지 내몰리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극한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에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유 있는 항변이다.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는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1·2차로 나눠 총 34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을 실시했다.
고리 변동금리를 저리 고정금리로 바꾸는 구조개선 작업이었다. 자영업 부채에 대해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내년 3월 만기가 다가올 때 4차 연장 논의가 또 나오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