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명호와 우병우의 지시, 직권남용에 해당"
이외 직권남용죄·업무방해죄 등 무죄 판단
'국정농단 방조'도 무죄... "가담 인정 어려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묵인하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불법 사찰을 한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강요,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 전 수석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박근혜정부에서 벌어진 최서원씨의 국정농단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등 국정농단을 방치한 혐의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을 통해 자신을 감찰하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뒷조사와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사찰을 지시한 혐의, 민정수석의 권한을 남용한 혐의 등으로 2017년 4월 기소됐다.
우 전 수석은 1심에서 국정농단 방조와 불법 사찰 혐의에 대해 각각 징역 2년6월과 1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를 병합 심리한 2심은 국정농단 방조 혐의를 모두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감찰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 전 감찰관과 김 전 위원장 사찰 관련 추 전 국정원 국장의 직권남용에 공모·가담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우 전 수석이 추 전 국장을 시켜 불법 사찰을 하도록 한 혐의만 대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우 전 수석과 추 전 국장의 지시는 국정원의 직무권한인 국내 보안정보 수집·작성이란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갖췄다”며 “이는 특별감찰을 방해·무력화하기 위한 목적, 김 전 지사에게 불이익을 주는데 활용할 목적으로, 직권을 남용한 경우”라고 판시했다.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 지위를 이용해 특별감찰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봤다. 대법원은 “우 전 수석이 특별감찰관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라며 “다만 증거만으로 지위를 이용해 압박하는 등 ‘위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방해의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 특정 공무원에게 좌천성 인사 조치를 내리도록 압박하거나 진보성향 교육감, 정부 산하 과학 단체 회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 사찰 혐의 등 다른 직권남용 혐의들을 모두 무죄로 봤다.
아울러 대법원은 우 전 수석이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진상은폐에 가담했다는 혐의에 대해 원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우 전 수석이 최씨 등의 비위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지했다거나, 진상을 은폐하는 데 적극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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