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공장 용광로에서 6년간 근무
유족급여 부지급 결정에 소송 내
법원 "과로, 사망 원인 맞아" 판단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고온과 만성 소음에 시달리는 용광로 근처에서 수년 간 일하다 사망한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법원이 사망의 원인인 심장질환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8월 25일 공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발견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허혈성 심장질환’이 원인이었다. A씨가 근무한 공장은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이었고, 용광로에서 쇠를 녹여 부품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A씨는 용광로 부근에서 원료 주입상태를 확인하거나 쇳물을 채취·검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A씨는 2013년 4월부터 이 제조공장에 처음 출근했다. 사망하기까지 약 6년 4개월간 용광로 근처에서 근무해 온 것이다. A씨의 작업장 온도는 35도에 이르는 등 매우 더웠고, 평균 소음은 82데시벨(dB)이었다. 이는 지하철 소음보다 높은 수준이다. 장기간 노출되면 청력 장애도 일으키는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유족 측은 과로·교대업무의 영향으로 허혈성 심장질환이 발병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월평균 252시간 이상 근무했고, 1주 간격으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해왔다는 것이다. 또 사망하기 5개월 전부터 대상포진이 생겼다고도 했다. 이 같은 원인들로 사망에 이르게 됐기 때문에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 유족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근무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에 다소 미치지는 못하지만, 이는 회사 경영 사정에 따라 인건비를 절감하는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시킨 것”이라며 “A씨는 많은 양의 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사망 전 근무하던 환경과 근무시간, 근무형태 등을 종합할 때 A씨는 업무상의 이유로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질병의 발생 원인이 수행한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