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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부정수급 "배째라"… 작년 환수율 겨우 3%

소멸시효 3년 지나면 환수 못해
4년간 422억중 절반 못돌려받아
공정위 과징금도'무용론' 확산
부과하고 못받은 돈 작년 363억

산재보험 부정수급 "배째라"… 작년 환수율 겨우 3%
정부가 부과하는 각종 과징금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부처·기관에서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못 받고 있는 돈이 늘고 있다. 소멸시효가 짧아 '버티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징수인력 부족도 문제다.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소멸시효 연장, 처벌강화 등 관련 규정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정수급 걸려도 버티면 그만?

2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보험(산재보험) 부정수급 징수결정액은 116억4300만원에 달하지만 환수액은 3억8000만원에 그쳤다. 환수율이 3.26%에 불과한 것이다. 산재 부정수급이 적발되면 원금 회수에 2배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산재보험 부정수급 환수율은 매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2017년 13.3%였던 환수율은 2018년 8.3%, 2019년 6.7%, 2020년 3.26%로 뚝 떨어졌다. 이 기간(2017~2020년) 부정수급 징수결정액은 총 422억6300원이다. 최근 4년간 소멸시효 완성 등으로 아예 환수가 불가능한 결손액도 208억원에 달한다.

산재보험 부정수급의 가장 큰 주범은 불법 사무장병원이다.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인 명의를 빌려 개설한 의료기관으로, 최근 4년간 사무장병원 부정수급 징수결정액은 162억원, 전체 비중의 약 40%를 차지한다.

문제는 소멸시효 3년에 따라 사무장병원 등이 과징금을 맞아도 3년을 버티면 사실상 환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책임을 무한대로 묻는 건 가혹하다는 취지에서 소멸시효가 3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무장병원은 적발돼도 보건복지부, 사법기관의 형사·행정조치 이후 고용부로 자료가 넘어오기 때문에 이미 폐업 또는 재산을 은닉해 회수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산재보험 부정수급자 또는 부정수급을 받게 시키거나 도와준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정위·금융위도 제대로 못 받아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도 제대로 수납되지 않아 공정위 제재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가 부과하고도 받지 못한 과징금이 36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2016~2020년) 과징금 납부 현황'을 보면 지난해 임의체납 과징금은 363억원이다. 임의체납이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업체가 파산하거나 여력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돈을 내지 않는 것이다.

임의체납 과징금은 2016년 221억원, 2017년 287억원, 2018년 386억원, 2019년 40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감소세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소멸시효가 도래해 받지 못한 불납 결손액은 총 172억6600만원이다. 2016년 22억5900만원, 2017년 2200만원, 2018년 24억9600만원, 2019년 92억9400만원, 2020년 30억9500만원이다. 국세법에 따라 공정위 과징금의 소멸기한은 5년이다.


과징금 수납액은 2016년 3768억원, 2017년 1조1582억원, 2018년 2393억원, 2019년 485억원, 2020년 2632억원이다. 이 기간 연도별 수납률은 60.1%, 89.1%, 45.2%, 25.0%, 45.6%다. 체납액 징수를 위해 관련규정을 개선하는 등 실효성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imne@fnnews.com 홍예지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