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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프, 감정싸움...존슨, 마크롱에 "정신 좀 차려"

[파이낸셜뉴스]
영·프, 감정싸움...존슨, 마크롱에 "정신 좀 차려"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과 프랑스가 봉합에 나서는 것과 대조적으로 영국은 프랑스와 감정싸움에 들어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2일(이하 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정신 좀 차려"라고 질타했고, 프랑스 유럽담당 장관 클리몽 보너는 영국이 미국의 '속국(vassal)'임을 존슨이 확인했다고 맞섰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존슨 총리는 이날 미 의사당 외곽에서 기자들을 만나 프랑스어를 섞어가며 "정신 좀 차려라" "그만 좀 해"라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직접 공격했다.

프랑스어가 유창한 것으로 알려진 존슨 총리가 일부러 영어 중간 중간 "정신 좀 차려(prenez un grip(get a grip))" "그만 좀 해(donnez-moi un break(give me a break))" 같은 프랑스어를 섞어 마크롱을 조롱했다는 것이다.

존슨이 일부러 문법에도 맞지 않는 말을 해 마크롱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처럼 군다는 뉘앙스까지 풍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존슨은 또 마크롱이 오커스 합의에 관한 분을 삭일 필요가 있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존슨의 마크롱 조롱은 바이든과 마크롱 간 통화 이전에 나온 것이다.

존슨은 오커스 동맹과 관련해 "이는 근본적으로 글로벌 안보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면서 "기술을 공유하는 새 협력을 위해 서로 어깨를 마주하고 있는 마음에 맞는 동맹들이 서로 뭉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배타적 동맹이 아니다"라며 "누구도 배척하지 않는다. 예컨대 중국을 향해서도 적대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FT는 존슨이 프랑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 영국의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존슨이 프랑스를 도발해 자칫 북아일랜드 문제를 둘러싼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협상, 도버해협을 사이에 둔 이민 유입 문제 등에서 프랑스의 강경 태도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과 프랑스 정상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10월말 유럽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