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대 부동산 업체 휘청… 글로벌 금융시장 출렁
헝다, 23일 일부 채권 이자 지급만 밝혀
전문가 "중국 정부 헝다 파산 묵인할 것"
[파이낸셜뉴스]
홍콩에 위치한 헝다그룹 건물 © 로이터=뉴스1 /사진=뉴스1
부도설에 휩싸인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이 오늘(23일) '운명의 날'을 맞았다. 이날 1400억원에 달하는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부도 처리가 되고, 현재 헝다가 진 357조원(1조9500억위안) 규모의 빚 폭탄이 연쇄적으로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헝다의 유동성 위기가 세계 증시의 불안 요인이 되면서 향후 금융 시장으로 미칠 파장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헝다는 22일 긴급성명을 통해 "2025년 9월 만기 채권(이자율 연 5.8%)에 대한 이자를 23일에 예정대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액수는 2억 3200만 위안(약 425억원)이다.
하지만 급한 불을 끄더라도 헝다의 운명은 밝지 않다. 오는 29일 4500만 달러(약 533억원)를 비롯해 연말까지 6억6800만 달러(약 7909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납부해야 한다. 내년에는 채권 원금 상환도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채무상황이 악화돼 디폴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헝다의 위기는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사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헝다가 발행한 달러 채권은 32조원(266억달러) 규모로 미국 블랙록·스위스 UBS·프랑스 아문디 등이 상당 부분 갖고 있다.
블룸버그는 "헝다그룹의 구조조정이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헝다 채권 투자자들은 최소한 -75%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헝다 채권에 투자한 경우 최대 원금의 25%만 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정부가 이 같은 충격을 감수하고 헝다그룹의 파산을 결국 묵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티그룹은 "헝다 위기가 중국에 리먼 사태를 야기할 것으로 보지 않으며 당국이 시스템 위기를 방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공동부유(더불어 잘살자)'를 내걸고 부동산 시장 안정을 추구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번 사태를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1997년 설립된 헝다그룹은 주로 차입에 의존해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기업이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의 부동산 개발 붐을 타고 거대 재벌의 반열에 들어섰다. 헝다그룹은 부동산을 시작으로 관광과 스포츠, 전기자동차 분야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문어발 확장’을 해 왔다. 그러나 헝다그룹의 이 같은 차입 경영은 시진핑 주석이 지향하는 정책과 맞지 않아 정부와 규제 당국의 표적이 됐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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