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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분' 숨기고 디지털 성범죄 수사..24일부터 본격 도입

경찰, 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관 40명 투입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2배로 폭증…251명→505명
"디지털 성범죄 선제적 대응해야"

'경찰 신분' 숨기고 디지털 성범죄 수사..24일부터 본격 도입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가운데)사진=뉴스1

경찰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위장수사에 나선다.

개정된 법률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 수사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해 수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지능화되는 디지털성범죄 수법을 언급하며 위장수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찰 위장수사 특례 제도화..첫 시도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해 아동·청소년 관련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 오는 24일부터 시행된다.

해당 법률 개정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에 담긴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입법조치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경찰의 위장수사 특례가 제도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위장수사를 통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범죄자에게 접근해 범죄와 관련된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할 수 있으며(신분비공개수사) △범죄 혐의점이 충분히 있는 경우 중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득이한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신분을 위장해 수사(신분위장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은 앞서 위장수사관 40명을 선발, 전문교육 등을 진행했다.

그간 디지털 성범죄 수법이 지능화되면서 이에 따른 피해도 커져왔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4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는 전년 대비 19.3% 증가했다. 특히 해당 범죄 피해자는 1년 사이 251명에서 505명으로 2배 이상 폭증했다. 이러한 수치는 위장수사 도입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됐다.

'경찰 신분' 숨기고 디지털 성범죄 수사..24일부터 본격 도입
/사진=뉴시스

과도한 함정수사 우려도..
위장수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높지만 과도한 함정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범죄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범죄를 권유·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범의가 없는 자에게 범죄를 유도할 경우 불법 수사로 보고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개정법에 따라 '디지털성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때만 위장수사를 벌여,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위장수사 남용을 막기 위해 승인절차를 강화하는 등 통제장치를 마련했다. 신분비공개수사를 하기 위해선 상급 경찰관 수사부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기간은 3개월로 제한된다. 또 수사 결과는 경찰위원회와 국회 등에 보고해야 한다. 신분위장수사의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위장수사 가이드라인의 적정선을 강조하면서도 효용성에 대해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위장수사로 인한 인권침해나 적법성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수사관 교육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디지털 성범죄는 한번 온라인에 퍼지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기관이 위장수사에 나선다는 사실만 알려져도 가해자들은 위축될 것"이라며 "디지털 성범죄로 인해 고통받는 청소년·아동이 너무 많다. 위장수사가 도입될 사회적 공감대와 명분은 이미 충분히 형성됐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