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인 부산에서 흔한 편파중계까지는 아니더라도 필자라도 대신 변명을 해야겠다. 최근 동네북이 된 카카오 편을 좀 들어야겠다는 얘기다. 스타트업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최종 목표는 카카오에 인수되는 것'. 카카오 피인수를 목표로 스타트업을 창업한 사람을 직접 만났을 정도다.
100개를 훌쩍 넘어 버린 계열사 때문에 카카오는 '문어발'도 모자라 '지네발'이라는 비난을 듣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카오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부러움을 샀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생존해 카카오공동체가 되거나 카카오에 지분을 넘겼다. 그리고는 또다시 창업한다. 이른바 '연쇄창업' 전선에 나섰다. 이들의 마중물 역할을 카카오가 한 셈이다.
이는 숫자로 잘 나와 있다. 카카오가 스타트업계에 투자한 금액은 2020년까지 약 4300억원으로 245개 기업을 지원했다. '성공한 선배 기업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행은 후배 기업가를 육성하는 것이다. CEO 100인을 성장시킬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라는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의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카카오 출신 창업자들을 쏟아낸 것도 돈으로 살 수 없는 성과로 꼽힌다. 김기사랩 박종환 대표를 비롯해 청소연구소 연현주 대표, 당근마켓 김재현·김용현 공동대표,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남의 집 김성용 대표, 리턴제로 이참솔 대표, 그렙(grepp) 이확영 대표 등이 카카오와 인연을 맺었던 창업자들이다.
때마침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은 관심사 기반 모임 커뮤니티 '남의 집'에 1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전국 각지 2100만 이용자들이 당근마켓에서 남의 집 모임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전략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이 한국 스타트업 간 투자 및 성장지원 사례가 등장한 셈이다. 카카오 게임에서 각각 근무했던 당근마켓의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와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일했던 김성용 남의 집 대표가 카카오에서 인연을 바탕으로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라는 공동목표를 세워 손을 잡은 것이다.
국내 벤처 생태계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며 박수 받던 김범수 의장은 이제 '지네발'을 가진 스타트업 포식자로 손가락질 받는다. 정치권도 이에 질세라 국정감사에서 각 상임위원회마다 김범수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 호통 칠 준비를 하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있는 만큼 너나없이 '카카오 때리기'에 동참할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제 카카오도 비난받는 스타트업 인수를 대기업이 나서서 하지 않을 것이다.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성공을 위해 잘 운영하던 기업을 뛰쳐나가는 것도 줄 것이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는 사용자의 편익보다는 골목상권 침해에 해당되는지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결국 국내 벤처 생태계에서도 도전하기보다는 눈치를 보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이런 걱정이 기우로 끝날 수 있게 국민들이 중심을 잡을 때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정보미디어부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