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65세 이상 고령층과 기타 고위험군에만 코로나19 백신을 추가 접종(부스터샷) 하도록 승인했다. 부스터샷의 효능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전문가들은 전 국민에게 부스터샷을 접종한다는 조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거부하고 일단 효능이 확인된 면역 취약층에만 부스터샷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FDA는 22일(현지시간) 발표에서 65세 이상, 18∼64세 중증 코로나19 고위험군, 18∼64세 면역 취약층에게 부스터샷을 접종하도록 긴급사용승인(EUA)을 내줬다. 전국적인 접종이 시작되려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가 추가로 필요하며 CDC는 22~23일 자문단 회의를 열어 부스터샷 권고 여부를 투표할 예정이다. 이번 EUA 허가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만 해당되며 모더나 백신이나 얀센 백신에 대한 부스터샷 여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앞서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부스터샷이 접종되었으나 특정 연령대에 걸쳐 광범위한 접종은 논란의 대상이었다. 화이자는 먼저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의 사례를 들어 미국도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정부 또한 지난달 발표에서 9월 20일부터 대규모 부스터샷 접종을 예고했다.
부스터샷이 고령층 및 취약 계층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은 전문가 사이에서 중론으로 통한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모든 사람들이 전부 부스터샷을 맞을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부스터샷이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미 의료 체계가 부스터샷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에서는 22일 기준으로 전 인구의 54.1%가 백신접종을 완료했다. 정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미 밴더빌트 의과대학의 헬렌 케이피 탈보트 교수는 "우리는 백신 미접종자들을 다룰 의료 인력조차 부족하다"며 "사람들이 계속 밀려온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적인 비난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신흥시장에서 백신이 모자라는 마당에 선진국이 부스터샷을 도입하면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진다고 경고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에 도착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21일 고위급 회담에서 "백신 부국들은 빈국들의 감염률이 줄기만을 기다리면서, 자국에 생명을 구하는 백신을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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