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실명계좌 발급 기대걸었던 고팍스, 후오비코리아도 원화마켓 중단
급하게 돈 빼는 투자자들…이날 오후 40~60%씩 코인 가격 폭락
"4대 거래소간 경쟁도 쉽지 않아…시장 발전 측면에서 우려스러워"
[파이낸셜뉴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꼼짝없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빅4를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중견 거래소들이 은행의 실명계좌를 받아 국내 가상자산 시장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특금법 적용을 앞둔 24일 현재 중견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은 불발로 그쳤다.
이 때문에 중견 거래소들은 결국 원화거래를 중단하고 코인간 거래만 할 수 있는 가상자산 사업자로 정부에 신고 서류를 접수하고 있다. 중견 거래소들은 은행의 실명계좌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원화거래 시장에 진입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향후 국내 가상자산 시장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견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모두 실패
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 접수 데드라인인 24일, 실명계좌를 새롭게 확보한 가상자산 거래소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며 국내 가상자산 시장 위축이 현실화됐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지막까지 실명계좌 확보에 대한 기대를 걸었던 고팍스와 후오비코리아가 은행과 최종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이날 오후 원화마켓을 닫게 됐다.
이들은 전라북도 지역의 지방은행과 막판까지 협상을 진행해 서로간에 긍정적인 의견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최종 관문은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 업계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AML) 부서 등 은행 실무진과 가상자산 거래소 간에는 실명계좌 발급 방향으로 논의가 마무리됐으나, 은행 행장 선에서 최종 반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팍스와 후오비코리아가 이날 일제히 원화마켓을 삭제한다고 공지하자 해당 거래소 이용자들도 서둘러 손을 털고 나선 모습이다.
고팍스에 상장돼 있는 랜드박스(LAND), 마이크로투버(MCT), 톨(XTL) 등 가상자산들은 24일 오후 현재 40~60%씩 폭락하고 있다. 이제 고팍스에서 원화를 갖고 가상자산에 투자하지 못하다보니, 거래소 이용자들이 갖고 있던 가상자산 물량을 모두 던지고 현금화해 원화를 출금하려고 일제히 몰린 탓에 발생한 일이다. 특히 몇몇 중견 거래소에만 제한적으로 상장돼 있던 가상자산 종목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원화마켓 운영 명운이 달린 24일이 되서 뚜껑을 열어보니 모든 중견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실패한 셈이다. 전날 기준으로 총 29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사업자 신고를 위한 최소 요건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최종 획득했으나, 그중 4개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을 제외하고 25개 중견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원화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지원할 수 없게 됐다.
"업비트 외 대형 거래소들도 마냥 좋진 않을 것"
기존의 4대 가상자산 거래소들만 원화마켓 서비스를 위한 실명계좌 발급 확인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다만,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이 타 거래소 대비 몇배 이상 크기 때문에 이들간에도 원활한 서비스 경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당장 중견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닥칠 매출 쇼크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보면 대형 거래소가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긴 하나, 몇몇 중견 거래소들도 1% 정도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사업을 운영해왔다. 22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발표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예치금 현황을 보면 고팍스와 후오비코리아, 지닥, 포블게이트 등 중견 거래소들에 예치된 원화 및 가상자산 자금 규모는 1000억~7000억원대에 육박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화 서비스를 원래 안해왔던 거래소들도 아니고 이제 당장 원화 마켓을 닫게 되면 그 매출 급감에 따른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면서 "몇개 거래소만 남기면 트래블룰(가상자산의 흐름 파악) 감독에 편하니 정부 입장에선 좋을 것"이라 말했다. 한 중견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는 "원화마켓 때의 매출을 100으로 표현한다면, 원화마켓이 없을 때의 매출은 1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가상자산 거래소 간 서비스 경쟁의 의미가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중소 거래소를 차치하고 대형 거래소만 놓고도 이같은 의견이 나온다.
빗썸과 코인원은 거래소에서 입금 계좌를 받아 해당 계좌로 원화를 입금하는 방식인데 반해, 업비트는 거래소에 입금 금액을 먼저 입력하고 사용자 인증하면 바로 원화가 입금 되기 때문에 이용성이 훨씬 높다. 여기에 코빗은 신한은행으로부터 7만개의 실명계좌만 한정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에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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