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일부 혐의 2심서 무죄로 뒤집혀
법원, 징역 2년 선고... "엄중 처벌 불가피"
김은경 측 "상고심서 무죄 범위 늘어날 듯"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월9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이 일부 혐의를 무죄 판단하면서 징역 2년으로 다소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6-1부(김용하·정총령·조은래 부장판사)는 2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장관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됐던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신 전 비서관은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장관이 박근혜정부 당시 임명됐던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를 일괄적으로 제출받은 뒤 내정자를 후임으로 지원하게 한 혐의 자체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의 행위로 40명의 공공기관 임원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며 “정상적으로 심사됐을 경우 최종 후보자로 선정되지 않았을 사람들이 임용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후임자 임명 과정에서 내정자가 탈락하자 ‘적격자 없음’으로 처리하고 표적감사를 지시했다는 혐의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은 신 전 비서관과 공모해 내정자를 심사에서 최종 후보자에 포함되도록 하기도 했다”며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이 김 전 장관의 승인 없이는 이 같은 일을 할 수 없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재판과정에서 청와대와 환경부가 내정자를 정한 적이 없고, 사표나 내정자 지원 행위는 환경부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는 등 일체 관련성을 부인했다”며 “또 지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목적으로 최선을 다한 것뿐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어 엄중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신 전 비서관의 혐의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내정자들에 대한 지원 계획을 지속적으로 보고받았음에도 환경부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공공기관 임용 채용 관련 불신을 야기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아 엄중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임원들의 사표 제출 경위 전부를 김 전 장관의 지시로 볼 수 없다며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임원들 중 8명이 임기가 만료되는 등 사표 제출에 다른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김 전 장관의 지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탈락 위험에 처한 청와대 추천인사 박모씨가 최종 임명되도록 지원한 부분 또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선고가 끝난 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1심에서 유죄였던 직권남용 혐의 중 많은 부분이 무죄로 판단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2년을 선고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에 상고하게 되면 무죄로 판단되는 범위가 늘어나지 않을까라는 기대는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전 장관 등은 지난 2019년 근혜 정부 당시 임용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를 종용하거나 이를 거부한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씨를 표적 감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추천 인사가 탈락하자 선발을 백지화하는 등 선발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도 있다.
1심은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신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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