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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병목현상에 인플레이션 비상

[파이낸셜뉴스]
물류 병목현상에 인플레이션 비상
영국 런던의 텅 빈 한 슈퍼마켓 진열대에 20일(현지시간) 토마토 통조림 한 개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물류난과 공급망 병목현상이 겹치면서 전세계에 물품 부족·물가 급등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영국은 이미 진열대가 비어가고 있다. AP뉴시스

치솟는 물가, 부족한 공급이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류부터 노동력 수급에 이르기까지 각종 단게에서 병목현상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미 제품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 '경기동향 풍향계' 페덱스, 식품업체 제너럴밀스,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 등 각 업체들의 가격 상승 우려가 줄을 잇고 있다.

가격 인상은 높은 수요 덕에 단기적으로 기업들에 충격을 주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기업 실적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상하이-뉴욕 컨테이너 비용, 1년 반 사이 8배 폭등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최대 요인은 치솟는 물류비용이다.

24일(이하 현지시간) CNBC,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제때 처리하지 못한 화물에, 팬데믹 이후 급격한 회복세 속에 추가 화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물류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컨테이너인 40피트짜리 컨테이너의 경우 중국 상하이에서 뉴욕으로 보내는 가격이 1년 반 사이 8배가 폭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 약 2000달러 수준이던 40피트 컨테이너 운송비용은 이제 1만6000달러에 이른다.

리처드 갤런트 코스트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3일 애널리스트들과 전화회의에서 물류비용을 "항구적인 인플레이션 항목"이라고 지칭하고 물류비 상승이 '일부 항구적인' 가격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물류는 가격만 오른 게 아니다.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있다.

아시아에서 북미 지역으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40일에서 80일로 2배 늘었다.

나이키는 "항만과 철도 병목현상, 노동력 부족 여파로" 북미, 유럽, 중동·아프리카의 물류 소요 기간 역시 늘고 있다고 밝혔다.

물류만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것이 아니다.

펜데믹 이후 노동비용이 뛰고 있고, 자동차부터 석유, 화학제품, 각종 원자재 등에 이르기까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반도체는 진작부터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코스트코, 화장지·생수 구매 수량제한 재개
갤런트는 "이 모든 요인들을 감내할 수는 없다"면서 "이 가운데 일부는 제품 가격에 전가돼야 하고, 지금 그렇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코스트코 제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3.5~4.5%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갤런트는 화장지 등 종이제품은 벌써 가격이 4~8% 올랐다고 밝혔다.

코스트코는 팬데믹 기간에 그랬던 것처럼 23일부터 화장지, 생수, 세정제품 등의 판매를 다시 제한했다. 물품 부족에 따른 조처다.

델타변이 확산 속에 소비자들이 사재기에 나서고 있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수량제한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고 코스트코는 설명했다.

갤런트는 또 플라스틱, 반려동물 용품 역시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면서 이때문에 가격이 5~11% 상승했다고 말했다.

나이키, 내년 봄까지 생산·출하 차질
나이키도 23일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현재 차질을 빚는 생산이 내년 봄까지는 정상화가 어렵다고 비관했다.

나이키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공장 가동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이키 CFO 매튜 프렌드는 아시아 지역의 물류, 노동자 부족 사태로 인해 내년 봄까지는 이같은 차질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렌드는 "제품 생산과 전세계 물류에 충격을 주는 글로벌 공급망 역풍을 피할 수 없다"면서 "이같은 요인들이 모든 지역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키 신발의 4분의3을 생산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공장은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로 가동이 중단됐다.

나이키는 베트남 공장 가동 중단 여파로만 올해 10주치 생산 부족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페덱스, 물류비용 7~8% 인상
'경기동향 풍향계'라는 별명이 있는 물류업체 페덱스는 물류 가격을 5.9~7.9% 인상한다고 밝혔다.

페덱스는 지난주 노동력 부족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큰 폭의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경쟁사인 UPS도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캐롤 톰 UPS 최고경영자(CEO)는 23일 CNBC와 인터뷰에서 "노동시장 수급이 빠듯해 미 일부 지역에서 운임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톰 CEO는 "이같은 상황이 한 동안 지속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 외국 트럭 운전사 5000명 긴급 비자 발행
영국은 이같은 물류·공급망 차질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공급망 차질로 제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팬데믹 봉쇄 기간 영국을 떠난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아 인력수급에도 심각한 불균형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트럭 운전사 부족 사태가 심각해 일부 주유소들은 휘발유 등의 공급 부족으로 영업을 중단했고, 슈퍼마켓 진열대는 텅텅 비어가고 있다.

여기에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식음료 주요 첨가물인 이산화탄소(CO2) 생산이 거의 멈춰서면서 식음료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25일 외국인 대형트럭 운전사 5000명을 대상으로 취업비자를 발급하기로 결정했다.

임시 비자를 발급해 영국의 물류난을 완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데일리메일은 존슨 총리의 이같은 대응이 시기도 놓쳤을 뿐만 아니라 규모마저 작아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세계가 팬데믹으로 잔뜩 움츠러들었다 백신 접종으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심각한 물류난과 공급망 차질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한편 미 연방준비제도는 지금의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조만간 2%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면 이미 2024년까지 6~7회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한 연준의 통화정책 되감기가 속도와 폭 양측면에서 모두 가팔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