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부동표 다 가져가더라도
과반 힘들어 결선투표 가능성
다카이치, 2위 넘볼만큼 勢 키워
기시다는 마음 놓을 수 없는 상황
의원 표심으로 최종 희비 갈릴 듯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한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전 정무조사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왼쪽부터).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차기 일본 총리 선거나 다름없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막판까지 예측불허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판세로는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이나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전 정무조사회장, 누구도 과반 지지를 차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아베 걸즈의 선봉장'으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예상 외로 약진하면서 이번 선거가 결국 결선투표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선투표에서는 1차 때와 달리, 자민당 국회의원 표심이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에 1차 때 선거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27일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국회의원을 상대 후보 지지 동향 조사와 당원 조사 결과를 조합한 결과, 고노가 의원 103표, 당원·당우 177표를 합해 280표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했다. 기시다는 의원 127표, 당원·당우 94표를 합해 221표, 다카이치가 의원 82표, 당원·당우 86표로 합계 168표 수준으로 파악했다.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의원 21표, 당원·당우 25표로 합계 46표에 머물고 있다. 의원 부동표는 49표 정도다.
고노가 1차에서 선거를 끝내려면 과반이 넘는 383표를 얻어야 하나, 부동표를 다 얻는다고 해도 어렵다. 기시다도 불안한 상황이다. 극우성향의 다카이치가 2위 자리를 넘볼 정도로 세를 급속히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가에서는 가능성은 다소 떨어지나, 2·3위가 바뀌어서 '고노와 다카이치'가 결선에서 맞붙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카이치는 '일본 극우의 성지'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온 여성 정치인이다. 최근 아베 전 총리가 다카이치를 지원하도록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노 입장에서는 기시다보다 다카이치가 손 쉬운 상태다. 다카이치는 지나칠 정도로 선명한 극우 색채를 띠고 있다. 이점이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란 지적이 있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가 결선투표로 갈 경우, "사상 신조 면에서 다카이치를 밀어주기는 어렵다"는 기시다 진영의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고노 진영이 1차 투표 때 일부 표를 전략적으로 다카이치에게 던지도록 해, 고도와 다카이치 간의 결선 구도로 만들려고 한다는 억측까지 나돌았다.
반면, '고노와 기시다'가 결선에서 만나게 될 경우에는 다카이치의 표가 기시다 쪽으로 붙으면서, 기시다가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 결선에서는 국회의원 표는 1차 투표와 마찬가지로 382표이지만 당원·당우 표는 47표로 줄어들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지지를 다수 확보한 기시다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자민당 우파 정치인들은 탈원전 색채가 강하고,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체계인 미국산 '이지스 어쇼어'를 돌연 백지화한 고노에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의원 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다수당 총재가 총리가 된다. 29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인사는 다음달 4일 소집되는 임시 국회에서 차기 일본 총리로 선출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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