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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여정 유화적 담화’ 사흘 만에 미사일 발사

南 반응 떠보며 협상력 제고 전략
文대통령 "北담화 등 종합적 분석"

北, ‘김여정 유화적 담화’ 사흘 만에 미사일 발사
북한이 28일 오전 6시40분께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유화 모드 담화'가 나온 지 사흘만이다. 전문가들은 대남 유화 메시지 발신 후 거듭 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은 남측 반응을 떠보는 한편 대화 재개에 앞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도 넘은 남한 길들이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임기말 남북정상회담 등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이끌어내려는 문재인 정부의 기대감을 최대한 이용한 이중플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여정은 지난 25일 담화를 통해 "우리를 향해 함부로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지 말라"며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는 것은 '이중기준'이라며 비난했다.

이에 따라 추가 도발을 통해 남측이 도발로 규정하는 지를 떠보는 동시에 대화 재개에 앞서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최대한 내세우기 위한 협상력 제고용이라는 분석이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북한은 핵 프로그램의 종착역으로 직행하겠다는 의도"라며 "도를 넘은 한국 길들이기"라고 평가했다.

지나친 대북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남측이 잇따른 무력 도발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란 상황인식이 깔려있다는 뜻이다.

그는 "북한이 대화재개의 공을 한국으로 떠넘긴 상황에서 (이번 미사일) 도발을 도발로 부르지 않으면 한반도 안보불안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대화재개 조건으로 남한 정부로 하여금 대북 제재를 완화하도록 바이든 미국 정부를 설득할 것을 우회 주문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지금 문재인 정부에게 미국을 설득해 제재를 완화하고, 한미연합훈련 중지와 전략자산 철수 등을 받아오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종전선언이나 남북정상회담 논의가 재개되더라도 남측이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을 명확하지 않으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실패와 같은 패착을 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개최 결과를 보고받고 "최근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종합적이며 면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북한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적대시 정책 철폐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마당에 도발을 규정하고 강경 대처시 어렵게 조성된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이며 북한의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에 위협이 된다"고 규탄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