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다음달 4일 일본의 제100대 총리로 취임할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신임 총재(64)는 자민당 굉지회(고치카이)에 원류를 두고 있는 기시다파 수장이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맞붙었던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과 마찬가지로 세습정치인이다. 대학입시에서 두 번의 실패를 맛본 뒤 1978년 일본 명문 와세다대 법학부에 입학했다. 졸업 후 일본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해 약 5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했으며, 이후 자민당 중의원인 부친 기시다 후미타케의 비서로 들어가 본격 정치수업을 받았다. 1992년 부친 사망 후 이듬해인 1993년 여름 히로시마 제1구에 자민당 후보로 출마해 처음으로 중의원에 당선됐다. 부친 역시 굉지회 소속이었다.
1999년 오부치 게이조 내각에서 건설성(현 국토교통성) 정무차관,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문부과학성 부대신으로 기용됐다. 1차 아베 신조 정권 때인 2007년 내각부특명대신(오키나와·북방·국민생활·과학기술·규제개혁 담당상)으로 임명돼 처음 입각했다.
온건 보수이나, 개혁 성향의 고이즈미 내각과 극우 성향의 아베 정권까지 두루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정치적으로 안정적 길을 택해왔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정권 출범 시 외무상에 올라 4년8개월간이나 맡았다. 태평양전쟁 후 일본 외무상 연속 재임일수로는 1위의 기록이다.
외무상 재임 중이던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의 일본 측 당사자가 된다. 아베 당시 총리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반발을 우려해 위안부 합의에 신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는 이런 아베 총리를 향해 "지금 합의하지 못하면 한일 관계는 표류한다"고 설득, 위안부 합의를 성사시켰다고 한다.
그는 평소 자신의 정치적 성향, 소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다.
강경한 어조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중적 인기나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뼛속부터 우파인 아베 전 총리와 이념적 성향이 다르며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자민당 온건보수파인 굉지회 정체성이 결국 묻어나올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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