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개정안 놓고 격돌
국회 농해수위·업계는 '찬성'
"중소형사 살아남으려면 불가피"
정무위·공정위는 개정 '반대'
"특정업계 카르텔 봐주기 안돼"
해운사 운임합의(담합)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해운법 개정안을 놓고 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정무위원회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9월 28일 농해수위 법안심사 소위는 해운사 간 운임합의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해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해운업계와 농해수위 의원들은 환영한다는 뜻을 밝힌 반면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을 무마시키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한국~동남아 항로에 대한 해운사 23곳의 운임담합 혐의를 조사한 결과 심사보고서를 통해 총 8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농해수위 소위를 통과한 해운법 개정안에 따르면 해운사들은 공정위가 매긴 과징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농해수위 "해운업 특성 고려해야"
당장 해운업계와 국회 농해수위, 부산·인천 소속 국회의원들은 해운법 개정안 통과를 환영했다.
해운협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해운은 특수하다. 독과점시장인 항공업계와 자유시장인 해운업계는 특성이 다르다"며 "세계적 대형 해운사에 맞서 중소형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운임담합으로 인한 가격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법 담합을 면피하기 위해 해운법 개정을 추진 중이란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공정위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HMM 등 대형사도 해운법 개정에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운법개정안 통과를 주도한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은 해운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이 지역구인 한 의원실 측은 "최근 해운업 상황이 조금 나아졌지만 그 전에는 선주들이 마이너스 영업을 하는 등 상황이 매우 안 좋았다"며 "해운법 관련해서는 해수부가 관할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대형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을 해야하는 만큼 선의의 가격협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무위-공정위 "담합 규제해야"
반면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정무위 소속 일부 의원은 "공정위 심사보고서를 무마시키는 법안"이라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정무위 소속 오기형·이용우·이정문 의원(민주당),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법을 바꾸면서까지 해운사 담합 제재를 막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특정업계 가격담합 카르텔 규제를 비호하고 공정한 경쟁법 집행질서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정무위 측은 산업진흥을 위해 불법적 요소를 묵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수요가 들쭉날쭉하는 해운산업 특성을 고려해도 공정거래법 적용을 전면 배제하는 건 문제라는 점도 적시됐다.
앞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8월 20일 국회 정무위에서 '공정거래법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해운사들의 담합 때문에 화물 주인(화주)과 소비자의 부담이 커진다면 결국 소비자한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해운산업이 중요하긴 하지만 개별 사건에 개입해 법안으로 무마시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5일 정무위 국감에 해운협회측 관계자가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어서 찬반 논쟁이 뜨겁게 전개될 예정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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