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논란에 주목받는 '웅담 채취용 사육곰'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철창 속 사육곰 '고통'
환경단체 "불법증식 해결·생츄어리 건립에 관심 필요"
환경부 추산 지난 8월 기준 국내 사육곰은 전국 26개 농장에 379마리가 농장에 갇혀있다 /사진=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개 식용 금지' 발언에 논란이 이는 가운데 또 다른 '보양식' 산업인 웅담채취용 사육곰 산업의 현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 갇힌 사육곰들만 수십년간 피해를 입어왔다는 것이 환경 단체의 설명이다. 이들은 "곰 생츄어리(보호소) 건립 확대까지 정부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갇혀 있는 사육곰들
사육곰 문제는 정부가 정책 기조를 30여년에 걸쳐 급변해온 탓에 확대됐다.
사육곰 산업은 정부가 1981년 농가의 소득증대를 위해 재수출 목적으로 곰 사육을 권장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가 1993년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곰 수입·수출길이 막히자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 10년령 이상의 곰의 웅담 채취를 합법화했다.
이후 환경부는 지난 2014년부터 중성화 수술을 진행해 웅담채취용 사육곰의 개체 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조치했다. 증식을 막아 사육곰의 자연 감소를 기다리겠단 뜻이다. 현재 한국은 중국과 함께 웅담 채취가 가능한 유일한 국가다.
문제는 아직까지 열악한 환경에 남아있는 사육곰 379마리다. 보신 문화 쇠퇴와 함께 사육곰 산업 역시 사양화 되면서 농장에도 이렇다 할 수익이 나지 않게 되자 사육 환경 역시 더 열악해지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사육곰의 탈출 및 불법 증식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경기 용인시에서 약용 목적으로 사육된 곰 두 마리가 곰 농장을 탈출했으며 9월에도 곰 두마리를 불법 증식한 농장이 적발됐다.
이를 단순한 농장주 개인의 일탈로 보지 않고 근원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박은정 녹색연합 활동가는 "이번에 불법 증식이 적발된 농장의 경우 무허가 농장에 곰을 임대해서 불법으로 수익을 내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일부 농가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수년간 법의 허점을 이용한 불법 증식이 반복돼왔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남은 곰은 어디로.. '생츄어리 건립'에 지속 관심 필요해
이에 정부와 환경단체는 오는 2024년까지 생츄어리를 조성해 불법 증식 등에서 구조된 사육곰을 안전하게 보호할 방침이다. 생츄어리는 동물을 자연과 유사한 환경에서 보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보호소로, 현재 정부 주도로 전남 구례에, 민간 주도로 경기 고양시 등지에 건립이 준비 중이다.
다만 생츄어리의 구체적인 조성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 활동가는 "환경부가 전남 구례 생츄어리에 대한 예산 투입은 확정했으나 구체적 조성 방안 논의에는 다소 미온적인 상황이다"며 "곰이 스트레스 받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정부·지역사회·환경단체의 지속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 많은 사육곰이 보호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 팀장은 "구조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육곰이 자연과 유사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생추어리의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태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도 "현재 정부와 민간이 추진 중인 생츄어리가 수용 가능한 개체 수는 150여마리 남짓"이라며 "생츄어리 건립이 확대된다면 '사육곰 보호'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건립 완료까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수습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