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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회계업계 사업다각화 나서야

[테헤란로] 회계업계 사업다각화 나서야
"대우조선해양 감사 사태 이후 감사업무에 대한 회계사들의 피로도와 기피감이 상당합니다. 이 와중에 빅4 회계법인의 연봉인상이 단비가 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만난 회계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빅4' 회계법인의 잇단 연봉 랠리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실제 지난 2018년 신외감법 도입 이후 회계업계 일거리가 풍부해지면서 대형 회계법인들이 올 들어 파격적인 임금개편안을 내놓고 있다. 주기적 지정감사제에 표준시간 제도 도입 등으로 회계사들의 책임이 상대적으로 무겁고 감사업무에 투입되는 시간도 늘어나서다.

업계 1, 2위 삼일과 삼정KPMG회계법인이 각각 파격적 인상안을 내놓으며 회계사들의 몸값 랠리에 불을 지폈다. 삼일회계법인은 개선된 임금체계에서 성과급 300% 중 200%를 월 급여에 미리 당겨서 지급하기로 했다. 나머지 100%는 기말 성과급으로 지급하며 개인 월 급여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삼정KPMG도 10% 이상의 연봉인상과 중간성과급을 도입하는 등 회계사들의 워라밸 챙기기에 나섰다.

1, 2위의 공격에 3위인 딜로이트안진도 9월 1일자로 기존 급여체계를 월 급여와 성과급으로 나눴는데, 성과급을 중간상여금과 최종성과급으로 지급한다. 급기야 4위인 EY한영도 연봉인상 랠리에 동참, 기본급 대비 10%의 연봉 상승과 중간성과급을 도입해 회계사들의 기 살리기에 나섰다. 이처럼 최근 대형사를 중심으로 인력이탈이 가속화되면서 회계사들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연봉인상에 나섰다는 시각이 우세다.

한편 파트너 직급의 시니어 회계사 중 일부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는 입장도 전했다. 한 대형회계법인 파트너는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배당은 몇 년째 동결이고, 파트너들도 올려줬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 주니어들 임금인상으로 파트너들이 가져갈 몫도 줄어들게 된 셈"이라며 "회계사를 비롯해 로펌, 세무법인 등 전문인력이 밑바탕이 되는 사업은 나날이 높아가는 눈높이에 따라 임금 기대수준을 맞추기 점점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계사들의 연봉 랠리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생각이다. 대형 회계법인들은 글로벌 파트너사와 연계한 훌륭한 플랫폼을 갖고 있다. 실제 글로벌 회계법인들은 자체 플랫폼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 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국내 회계법인들도 회계 외에 부가서비스 영역을 넓혀 수익성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존 감사·회계·어드바이저리 외에 다양한 빅데이터를 기반한 플랫폼 비즈니스에도 회계법인들이 눈길을 돌려 전문인력들이 한 만큼 정당히 벌어가는 구조를 정립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더 이상 윗돌 빼서 아랫돌을 막는 '천수답식' 연봉체계보다는 국내 최고 전문인력에 버금가는 신사업 다변화로 회계인력들의 귀한 몸 대접이 지속되길 기대해본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