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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그린 워싱

[fn스트리트] 그린 워싱
최근 친환경을 위장한 '그린워싱' 마케팅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에서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그린 워싱 방지 차원에서 녹색 분류체계를 정비 중인 세종시 환경부 청사. /사진=뉴시스

그린 워싱. 친환경을 상징하는 색깔 그린(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다. 실제론 경제주체들이 환경을 해치면서도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가리킨다. 이를 다룬 다큐 영화가 지난 2018년 유럽에서 개봉된 '더 그린 라이'(The green lie)다. 다국적기업들의 '녹색 거짓말'을 신랄히 비판한 영화였다.

지금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대세다. 이런 흐름을 타고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친환경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글로벌 명품 기업인 구찌가 밀과 옥수수로 만든 비건 운동화를 내놓는가 하면 에르메스는 버섯 균사체로 만든 가방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도 폐페트병으로 만든 속옷과 폐현수막 원단으로 만든 가방 등 다양한 친환경 패션 제품을 내놓고 있다.

기본적으로 버려진 제품을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은 환경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때도 그린 워싱 개연성을 완전 배제하긴 어렵다고 본다. 예컨대 친환경 원료로 대량 생산한 의류도 결국 일반쓰레기로 처리된다. 이 경우 재활용이 부각되지만, 폐기물 발생은 더 늘리는 역효과를 빚게 된다. 최근 스타벅스의 다회용컵 제공 이벤트에 대해서도 눈 밝은 소비자들은 우려한다. 일회용컵을 줄이려는 취지라면 차라리 할인가로 개인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보면서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그린 워싱에 빠져들 소지를 경계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이 도입한 바이오연료 의무화가 부른 나비효과를 보라.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팜유 등을 활용하자는 취지였지만, 탄소를 흡수할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역설을 빚었지 않나. 전문가들은 '2050 탄소중립위'가 화력발전의 대안으로 제시한 암모니아발전도 그런 혐의를 벗어나긴 어렵다고 본다. 암모니아를 합성하고, 이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탄소절감)보다 배꼽(탄소배출)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