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김학현 학교전담경찰관
찾아가는 상담소 ‘런닝폴’ 통해 학교밖서 방황하는 청소년 구제
진심 어린 관심으로 아이들 보듬어
서울 관악경찰서 제공
"누군가 부재한 공간을 잠시라도 메워줄 수 있는 동반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4년차 학교전담경찰관(SPO)인 서울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김학현 경사(사진)는 2년 전 만났던 중학생 A군을 특별한 인연으로 기억하고 있다. 김 경사는 A군을 '런닝폴(Running Pol)'에서 처음 만났다. 런닝폴은 일종의 길거리 상담소다. 지나가는 A군을 붙잡고 이름이 뭔지, 이번 시험에서는 몇 점을 맞았는지를 물으며 안면을 텄다. A군은 학교폭력 피해자로 "아빠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학교와 가정 모두 벗어난 경우였다. 어른들의 관심에 목말랐던 A군에게 김 경사는 보호자를 자처했다. 시험까지 남은 날짜를 함께 세고, "지금은 내가 경찰이지만 내가 너만할 때는 너보다 못했다"는 얘기로 용기를 북돋아줬다. 김 경사는 사비로 피자나 햄버거를 사 먹이면서도 "남의 자식이니까 더 잘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돈이 아깝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 경사의 진정성 덕분인지 A군은 학교로 돌아갔다. "경찰이 되고 싶다"며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김 경사는 "칭찬을 받기 위해 '성적이 올랐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아빠한테 하듯 애교를 부리고 애정을 표현하는 A군을 보면서 진짜 아빠가 될 수는 없지만, 이 친구에게 내가 아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 경사의 진정성은 뼈저린 경험에서 나왔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김 경사 역시 일탈을 경험했다. 아는 형과 동네를 돌아다니며 창문을 깨 새시에 있는 알루미늄을 고물상에 팔았다. '아이셔'를 사먹기 위해서였다.
김 경사는 "경찰관들이 파출소에 데려가더니 이름을 적으라고 한 후 '이름 적힌 후 또 하면 감옥 간다'는 이야기로 겁을 줬다"며 "어린 마음에 정말 무서웠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시행된 학교전담경찰관은 학생·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범죄예방 교육을 하고, 학교폭력 가해자 선도와 피해자 보호 업무를 맡는다. 학교 밖 청소년을 발굴하고 지도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김 경사가 소속된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이런 진정성을 발판 삼아 적극적인 학교 밖 청소년 발굴에 나서고 있다. 2015년부터 시작된 런닝폴은 학교 밖 청소년 '발굴기지'가 됐다. 김 경사는 "지나가는 아이들을 붙잡고 고민상담을 해주며 관계를 맺는다"고 했다.
'1+1' 전략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렇게 가까워진 학교 밖 청소년에게 "주변에 비슷한 고민이 있는 친구가 있으면 데려오라"는 식이다.
그는 또 범죄예방을 위해 관계를 맺은 학교 밖 청소년들과 함께 최신 범죄 홍보하는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는 일도 한다. 그간 학교 밖 청소년들과 쌓아온 돈독한 관계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경사는 "아이들은 이 사람이 나를 형식적으로 대하는지, 진정성 있게 대하는가를 단박에 안다"며 "물가에서 노는 아이를 지켜보는 안전요원처럼 그 경계선에 있는 아이들을 빨리 파악하고, 위험한 순간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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