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상금 이미 받았단 이유만으로 정신적 피해보상 제한은 과도"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학생수습대책위원회 방송요원으로 활동하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시민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이원신 부장판사)는 14일 A씨가 낸 손해배상 1심 소송에서 "A씨가 입은 정신적 피해보상 1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체포, 구속, 기소, 유죄판결과 같은 공무집행행위들은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고, 관련된 공무원의 고의·과실 역시 인정된다"며 "A씨와 A씨 부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A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학생수습대책위원 홍보반 방송요원으로 시민들을 향해 방송한 혐의(내란부화수행 혐의)로 1980년 10월 전교사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A씨는 전남 도청에서 "무기를 자진반납하고 생명은 우리가 지키자", "뜻 있는 사람은 분향하자" 등을 방송했다.
이후 A씨는 2015년 1월 광주지법에서 이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같은 해 6월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보상금과 의료지원금 등 총 9755여만원을 지급받은 A씨는 이후 2015년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정부는 이미 A씨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입은 피해에 대해 옛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받아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신적 손해에 대해 적절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마저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며 "헌법상 기본권 보호 의무를 지는 국가가 정신적 고통을 입혔음에도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 취지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A씨의 부모가 가지는 위자료 청구권은 법률상 장애사유가 없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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