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위험 30~50%로 높은데다
재발땐 사망위험 85%까지 올라
LDL-C 수치 70㎎/dL 강하 관건
새 치료대안 PCSK9 억제제 부상
심혈관계 사건발생위험 20% 낮춰
급성 심근경색은 1분 1초가 생사 갈림길일 정도로 위중한 질환으로, 환자 약 10명 중 4명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혈관 내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C'가 계속 쌓이면서 생긴 크고 작은 혈전이 터져 혈관이 갑작스럽게 막히게 되는 초응급질환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심근경색 환자 수는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장질환 통계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심근경색 환자수는 12만1169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9만3475명과 비교하면 약 29.6% 증가한 수치다.
#. 올해 초 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40대 김씨는 추가적인 심근경색 발생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LDL 콜레스테롤(LDL-C) 관리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병원 퇴원한 후 스타틴 기반 약물요법으로 LDL-C 강하 치료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LDL-C 수치가 70mg/dL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최근 담당 의사로부터 기존 치료제와 다른 기전인 PCSK9 억제제 추가 투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김씨는 PCSK9 억제제 급여기준에 해당하는 주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1개는 보유하고 있지만, 연령 65세 이상, 당뇨병 등 추가 기준인 고위험요인 2개를 만족하지 못해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자 30~50% 수술 후 재발하는 심근경색
심근경색은 재발 가능성이 높아 수술을 통해 심근경색을 이기고 살아남은 환자라도 꾸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약 30~50%의 환자가 수술 후에도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재협착 등의 재발을 겪는다. 특히 심근경색을 포함한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이 재발하면 사망 위험이 최대 85%까지 증가한다.
이에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에서 이전에 심근경색을 경험한 적이 있는 환자를 초고위험군으로 정의하고, 약물치료를 통해 LDL-C 수치를 70mg/dL 미만으로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심근경색을 포함한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 중에는 국내 권고수준인 LDL-C 목표치(<70mg/dL)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이에 임상현장에서는 기존 치료제로 LDL-C 조절에 실패한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지질강하제에 대한 의학적 요구도가 높았다.
다행히도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PCSK9 억제제인 에볼로쿠맙과 알리로쿠맙이 등장하면서 국내·외 임상현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에볼로쿠맙은 스타틴, 에제티미브 등 기존 치료제와 전혀 다른 기전으로 작용해, 더 강력한 LDL-C 강하 효과를 보이는 점이 특징적이다.
에볼로쿠맙은 임상 연구에서 LDL-C 강하 효과를 확인했고, 심근경색, 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도 약 20% 감소시켰다. 특히 에볼로쿠맙은 PCSK9 억제제 중 가장 최장 기간인 5.5년의 추적관찰을 통해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LDL-C 강하 치료 효과 있어도 급여 혜택은 제한적
문제는 PCSK9 억제제의 급여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현행 급여기준에 따르면 PCSK9 억제제는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 에제티미브 치료를 진행한 뒤에도 LDL-C 가 70mg/dL 이상이거나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하지 않은 초고위험군 환자에게만 인정된다.
기존 치료에 실패한 심근경색 경험 환자이면서도, 주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2개 이상, 혹은 ASCVD 1개와 고혈압, 당뇨와 같은 고위험요인 2개 등을 충족해야 한다는 조건들이 뒤따른다. 이렇다 보니 김씨의 사례처럼 효율적인 치료제를 눈앞에 두고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해외와 비교해도 과도하게 제한적인 기준을 급여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어 이를 만족하지 못하면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65세 이상이 아니어서, 또 고혈압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PCSK9 억제제에 대한 급여 혜택을 못 받아 치료비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장재식 부산백병원 교수(순환기내과)는 "심근경색은 분초를 다투는 응급질환이자, 사망 가능성도 높아 중증 질환에 속해 각별한 후속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심근경색 경험 환자들은 혈관 건강이 이미 악화된 상태이고, 시술 후 첫 1년 내 재발 위험이 더욱 크기 때문에 신속한 LDL-C 강하가 요구되는 집단이다. 그런데 현재 정부에서는 심장 전문가가 권고하는 기준과는 맞지 않는 급여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세부 조건 1개의 차이로 환자들의 치료 예후가 달라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기존 치료제 대비 분명하게 개선된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가 있어도 현행 급여기준에 따라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없는 환자를 마주할 때마다 조속한 급여기준 개선의 필요성을 느낀다"면서 "보다 많은 환자들이 충분한 치료를 받고, 심혈관질환이 발생했더라도 그 이후의 삶을 더욱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급여기준이 신속히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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