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굽박쥐 세 종류 중 가장 작은 Rhinolophus pusillus.NYT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 뉴욕타임스(NYT)는 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이 아닌 자연상태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4일(현지시간) NYT에 따르면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세균학자 마르크 엘로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지난해 여름 라오스 북부에 서식하는 박쥐에서 채취한 코로나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인체 감염력이 매우 높았으며 이것이 코로나 19 팬데믹을 일으킨 SARS-CoV-2이 실험실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채취한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에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유사한 '분자 고리'를 붙였더니 인간 세포에 매우 쉽게 침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엘로이 박사는 "침투력이 초기 SARS-CoV-2보다 더 강력하기까지 했다"면서 라오스 박쥐 바이러스의 인간 세포 감염력을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온라인으로 공개돼 있으나 과학저널에는 아직 등재되지 않은 상태다.
NYT는 바이러스 전문가들이 이번 발견에 흥분하고 있다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SARS-CoV-2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이미 종종 인간에 감염됐지만 널리 확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확산하기에 알맞은 조건이 갖춰지면 코로나 19 팬데믹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 19 팬데믹의 책임을 둘러싼 논란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이 강조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SARS-CoV-2 바이러스의 강력한 인간 세포 감염력이 자연상태에서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질 수 없었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발견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아리조나대학교 세균학자 마이클 워로비는 "누군가 바이러스를 만들었거나 인간 감염력을 크게 높이도록 실험실에서 조작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또 라오스, 캄보디아, 중국, 태국 등지에서 최근 발견된 바이러스들은 연구자들로 하여금 미래의 팬데믹을 예측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지난 주 야생 바이러스가 인간에 전염되는 것을 추적하기 위해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에서 수천종의 야생 바이러스를 수집하는 1억2500만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엘로이 박사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SARS-CoV-2의 동종 바이러스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SARS-CoV-2가 처음 공개됐을 때 2016년 중국 연구자들이 중국 남부 운남성 광산에서 발견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가장 가까운 형태로 알려졌었다. RaTG13로 명명된 이 바이러스는 SARS-CoV-2와 유전자가 96%가 겹쳤다. 각각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켰다는 것을 전제로 과학자들은 RaTG13와 SARS-CoV-2가 40년 전 박쥐를 감염시킨 바이러스를 공동 조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바이러스 모두 분자 고리를 사용해 감염을 일으키며 RaTG13의 고리는 박쥐의 세포에는 잘 부착되지만 인간 세포에는 잘 붙지 않도록 적응한데 비해 SARS-CoV-2의 고리는 사람의 기도 세포에 찰싹 달라붙어 치명적인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중국 남부, 캄보디아, 태국 등지에서 박쥐와 천산갑 등에서 SARS-CoV-2와 유사한 바이러스를 찾아냈으나 RaTG13 바이러스 만큼 SARS-CoV-2와 유사한 바이러스는 없었다.
엘로이 박사와 연구진은 새로운 바이러스를 찾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운남성 광산 동굴에서 240km 떨어진 라오스 북부에서 RaTG13를 찾아냈었다.
6개월 이상에 걸쳐 45종 645마리의 박쥐를 포획해 24종의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인했고 그중 3종이 SARS-CoV-2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다.
엘로이 박사는 한 두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 감염돼 약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와 연구팀이 생계를 위해 박쥐의 배설물을 채취하는 라오스 사람의 혈액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SARS-CoV-2에 감염된 흔적은 없지만 항체와 같은 면역 지표가 나타나 유사한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것으로 추정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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