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과 가정폭력 의혹에 휩싸인 이재영(왼쪽), 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그리스로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학교폭력 논란' 끝에 그리스행을 택한 쌍둥이 배구선수 이재영·다영(25) 자매가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 오후 9시 45분쯤 어머니 김경희씨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났다. 이들은 출국장에서 재빨리 수속을 마친 채 비행기 탑승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스로 나가게 된 소감이 어떤가" "사과의 말을 할 의향이 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자매는 내내 침묵했고 "한마디만 해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이재영은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채 자리를 떴다.
뒤따르던 김경희씨는 고개를 숙인 딸들을 향해 "야, 야! 하지마, 고개들어" "정신차려"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이재영·다영 자매는 지난 2월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국내 무대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소속팀이던 흥국생명은 2월 중순 곧바로 '무기한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고, 6월 30일에는 2021-2022시즌 선수 등록을 포기했다. 국가대표 자격도 상실했다.
무적 신분이 된 두 사람은 국외 진출을 추진했다. 지난 여름 그리스 PAOK 테살로니키 구단 입단에 합의해 이재영은 6만유로(약 8260만원), 이다영은 3만5000유로(약 4800만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제이적동의서(ITC)와 취업비자 발급 과정이 지연됐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국내 선수 해외 진출 자격 제한을 명시한 선수 국제 이적에 관한 자체 규정을 들어 쌍둥이 자매의 ITC 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배구협회는 선수 국제 이적 규정에서 '대한올림픽위원회(KOC), 협회, 산하 연맹 등 배구 유관기관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고 그 집행 기간이 만료되지 아니한 자, (성)폭력, 승부조작, 병역기피, 기타 불미스러운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했거나 배구계에 중대한 피해를 끼친 자'의 해외 진출의 자격을 제한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이재영·다영 자매는 국제배구연맹(FIVB)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FIVB는 지난달 29일 직권으로 둘의 ITC를 발급했다.
두 사람은 지난 12일 주한그리스대사관에서 취업비자 발급을 위한 영사 인터뷰를 한 끝에 비자를 획득했다.
이재영·다영 자매는 테살로니키에 도착한 뒤 팀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그리스 여자프로배구 A1리그는 지난 9일 개막한 상태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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