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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위기가구 상시 모니터링… ‘방배동 모자 비극’ 막는다

市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 개선
2분기 28만가구 모니터링 실시
33만3835건 지원신청·상담 도와
위험 단계 따라 방문횟수 조정
가구 여건 개선 상황 예의주시

서울 위기가구 상시 모니터링… ‘방배동 모자 비극’ 막는다
#. 서울 방학동에 거주하는 고모씨(50대)는 장기화되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었다. 혼자 살고 있는 상황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신용불량 상태에 놓였고 건강보험료는 장기 체납됐다. 좌절에 빠진 상황에 찾아온 사람이 자치구의 복지 담당자였다. 담당자는 '복지대상자 연간모니터링 사업' 대상자인 고씨를 만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했으나 받지 않았다고 한다. 연락이 되지 않자 담당자는 여덟번이나 방문을 시도한 끝에 결국 고씨를 만났다. 담당자는 고씨가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신청토록 방법을 안내했다. 또 국가긴급복지 생계비 약 47만원을 지원하는 등 고씨가 위기사항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후에도 담당자는 고씨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발생한 이른바 '방배동 모자의 비극'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복지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선 바 있다. 대표적 사례가 '복지대상자 연간모니터링 사업'이다. 올 2월부터 서울시는 자치구별 복지대상자(기존 수급자 및 신규발굴자)에 대한 연간모니터링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른 정기 방문을 의무화했다. 덕분에 총 33만건의 지원이 이뤄졌다.

■28만가구 대상 모니터링 중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 2·4분기 현재 서울시는 28만가구에 대해 34만9461건의 복지대상자 연간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총 33만3835건의 공적급여 지원신청 및 기본상담 등 지원이 시행됐다.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복지대상자를 찾는 모니터링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해 12월 방배동에서 발생한 모자(기초수급자) 사망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방배동 모자는 부양의무자 제도(조사거부)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주거급여(약 28만원 월세보조) 외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같은 추가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 또 건강보험료가 장기간 연체됐지만 수급자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안타까운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서울시는 올해 초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개선했다.

그동안 자치구별로 제각각이었던 위기가구 방문 모니터링은 위기정도에 따라 총 5단계로 설정해 자치구가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자치구는 각 위기 단계별로 계획을 수립하고 위기 정도에 따라 주 1회에서 연 1회까지 방문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위기도가 가장 높은 가구는 '위기단계'로 관리돼 주 1회 이상 방문하며 다음으로 위험도가 높은 1단계는 월 1회 이상 방문한다. 2단계는 분기별 1회, 3~4단계는 6개월 또는 1년 주기로 방문한다. 가구 여건 개선과 악화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해 위기도를 변경·관리한다.

아울러 서울시는 지역별 편차로 인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25개 전 자치구의 모니터링 상황을 반기별로 점검하고 통합관리 중이다.

■복지부 정책에도 반영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외될 수 있는 취약계층 및 위기가구에 대해 보다 촘촘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점이 '복지대상자 연간모니터링 사업'의 성과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기도 단계가 높은 고위험군은 보다 중점적으로 방문해 지원을 강화하고 위기도가 낮은 저위험군에 대해서도 상시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과가 나오면서 정부에서도 '복지대상자 연간모니터링 사업'에 관심이 높다고 한다. 실제 보건복지부에서 서울시 연간모니터링 위기도 설정에 관심을 보여 올해 새롭게 개편되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연간모니터링 위기도 체계를 반영하는 것을 협의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다 촘촘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현장의 의견과 사례를 바탕으로 위기도 분류표를 계속 보완하겠다"며 "지역주민이 함께 주변 위기가구를 발굴하도록 참여시키고 비대면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