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컨테이너 항구.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적으로 물류 대란이 심각한 가운데 미국의 상황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주요 항구에서는 처리하지 못해 밀린 화물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미 정부는 민간 물자를 나르기 위해 군대 투입까지 검토했다.
19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미 서부에 위치한 로스앤젤레스(LA) 항구와 롱비치 항구에서 입항을 기다리는 화물선은 총 157척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는 지난달 19일(97척) 대비 62% 증가한 숫자다. 두 항구에서 처리하는 물동량은 미국에 들어가는 전체 물량의 40%에 달한다. 진 세로카 LA 항구 이사는 하역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만 20만개에 달해 2주 동안 작업할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킵 루팃 남부 캘리포니아해양거래소 이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만 해도 두 항만 주변에 정박 대기 중인 선박 수가 17척을 넘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21일까지 LA 항구와 롱비치 항구에 도착할 선박은 45척에 달해 총 대기 선박 숫자는 200척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폭스는 서부뿐만 아니라 동부 해안의 조지아주 서배너항구에도 20척에 달하는 화물선이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주요 항구에서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방역작업과 근무 인력 감소로 화물 선적과 하역 시간이 크게 지연되고 있다. 미 백악관은 지난 13일 항만 지도부와 노조 등과 회의를 열고 LA 항구를 주 7일, 24시간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항구에 짐을 내려도 옮길 수가 없다는 점이다. 세로카는 LA 항구에 내린 컨테이너 가운데 25%가 13일 이상 하역장에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미국트럭운송협회 크리스 스피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트럭 운송업계는 약 8만명의 운전사가 부족하다. 팬데믹 이전에 부족했던 인력 규모(6만1500명)에 비해 30% 증가한 수치이다. 업계에서는 트럭 운전사들이 줄지어 은퇴하는 마당에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트럭 운전사 훈련 연령을 낮춰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부가 당장 부족한 운송난을 해결하기 위해 주방위군 투입까지 검토했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일단 군인들의 운전면허를 조사해 민간 트럭 운전을 맡길 수 있는지 조사했다. 미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선임 연구원은 상용 트럭과 항만 업무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무턱대고 군인을 투입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물류대란이 당분간 해결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응고지 오콘조 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일부 사업가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올해 공급망에 생길 피해를 걱정해 혼란에 빠진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물류 운송이 정체되면서 컨테이너 이동이 막히고 컨테이너 부족이 다시 물류 대란으로 이어진다며 이러한 악순환이 “몇 달은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콘조 이웨알라는 해운 기업들이 운송 분야에서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운송용 컨테이너를 엉뚱한 곳에 두는 등 쓸 수 있는 컨테이너를 줄였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연말이다.
CNN비즈니스 등 미 언론들은 성탄절을 비롯해 주요국의 연말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며 운송 수요가 급증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운송망이 제때 가동하지 않으면 명절에 가게 선반이 텅 빌 수도 있고 결국 물가 상승이 더 빨라진다고 우려했다. 프랑스 식품기업인 다농은 19일 발표에서 미국 내 운송비가 너무 올라가서 소매가도 따라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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