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차벽에 막히자 장소 이동
도로 꽉막혀 시민 오도가도 못해
학교 급식·돌봄교실 운영도 차질
민주노총 "비정규직 철폐" 총파업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대규모 총파업 집회가 열린 20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일 오후 2시께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기습 시위를 진행했다.
이번 서울 집회에 조합원 약 2만7000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서대문역 일대는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 메워져 구급차조차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다. 경찰이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대응을 예고했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등에 대해선 아랑곳 않고 집회는 강행됐다.
■집회 시작 30분전 장소 기습 공개
이날 민주노총은 경찰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집회 직전까지 구체적인 장소를 밝히지 않았다. 총파업대회 장소는 집회 시작 30분 전 "수도권 총파업 대회는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진행한다"며 기습적으로 공개됐다. 경찰이 전날 불법집회를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 십(十)자 차벽을 설치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2시께부터 서울역과 남대문에서 서대문 사거리 방향으로 집결했다. 이후 4차로를 점령하고 독립문 방향으로 이동했으나 경찰에 길이 막히자 서대문역 사거리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개회사에서 "양경수 위원장을 구속한다고 해서 우리의 투쟁의지는 꺾이지 않는다"며 "불평등 사상을 갈아엎고 평등한 세상으로 달려가자"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지난 겨울부터 정부와 대화를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단 한번의 대꾸도 없었다"며 "파업을 자제하라고 얘기만 할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마스크와 '페이스 실드'를 착용한 채 집회에 참여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방역복을 입었으며,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빨간 유니폼과 가면을 쓴 이들도 눈에 띄었다. 경찰은 서대문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광화문, 서울역, 독립문 등을 막아섰다. 이날 경찰은 171개 부대의 약 1만2000명을 집회 대응에 투입했다.
■시민들, 교통이 먹통이 됐다 불만
이날 집회로 일반 시민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광화문 일대를 이동하는 차량과 시내버스가 막혀 서대문역 일대는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응급환자를 실은 구급차는 어렵게 일대를 빠져나갔다. 일부 시민들은 대중교통이 제한되자 "도로가 먹통이 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동에서 쓰레기 수거차 운영업무를 하는 60대 허모씨는 "동료에게 오늘 집회가 열린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사람들에게 길이 막혀서 이동을 할 수 없더라. 회사가 남대문인데 버스 타고 이동을 못해서 서대문부터 걸어갔다"고 푸념했다.
이날 총파업에는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여성노조 등 3개 노조가 구성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도 동참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 공무직 노동자 상당수가 학교를 비우면서 급식과 돌봄에는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박지연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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