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원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위법에 위배되는줄 알면서도 상인들의 불합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조례를 개정해 생색내기 조례 개정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시의원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불법인지 알면서도 상인들의 불합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조례를 개정해 선거 대비 생색내기 조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 14일 상임위를 통과시켰으며 20일에는 본회의도 통과했다.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는 2002년 제정됐으나 지하도상가가 양도·양수가 안 되는 행정재산이지만 실제로는 개인재산처럼 매매가 가능하도록 운영돼 인천시는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 감사원으로부터 조례 개정 권고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2019년 8월 지하도상가의 양도·양수·전매를 금지하는 지하도상가 조례 전부 개정안을 시의회에 회부했지만 시의회 상임위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미흡하다는 이유를 들어 보류했다.
이후 시는 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상가연합회와 수차례 협의를 진행해 합의 도출을 추진했다. 시는 감사원과 행정안전부의 협의를 거쳐 지하도상가를 정상화하고 공익침해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임차인을 지원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2년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승인받았다.
시의회는 2019년 12월 인천시가 앞서 회부한 조례안에서 양도·양수·전대는 2년에서 5년으로, 계약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수정해 통과시켰다.
시는 시의회에서 수정 가결한 조례 개정안이 상위법인 지방자치법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및 시행령에 위배된다며 시의회에 재의(재의결)을 요청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5년의 유예기간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유권해석했으며 여러 법률자문 결과에서도 임차인의 보호보다는 특혜의 소지가 높고 공익침해가 현저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또 2020월 9월 임차권 양도 조항 삭제에 대한 ‘서울시 지하도상가 관리 개정조례’ 항소심에서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의 2년의 유예기간은 공유재산법령 및 지방계약법령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일정 기간 임차권 양수인에게 권리금 지급에 따른 손해를 전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 결과 탄생한 조례가 현재의 조례로 감사원과 행안부와 협의한 대로 양도·양수·전대를 금지하되 2년간 유예하고 사용기간을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시 시의회는 유예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3년 더 연장하고 행정재산인 지하도상가를 용도 폐지해 매각할 수 있도록 조항을 신설하는 등 조례를 개정했다.
시는 시의회의 입법 검토과정에서 상위법에 위배돼 재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여러차례 제시했으나 시의원들은 이를 묵살하고 개정을 강행했다.
시의원들이 이렇게 행동한 데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려 재선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이로 인해 초래되는 시민 혈세 낭비, 행정력 낭비는 생각 밖이다.
시는 이번 개정조례안이 법령의 범위를 벗어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판단하고 지방자치법에 따라 재의를 요구할 예정이다. 시의회에서 재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안부와 협의를 거쳐 대법원으로 갈 수도 있다.
시 관계자는 “이번에 개정된 조례는 상위법에 위배돼 재의를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법원 판단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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