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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되고 어른은 안된다?” 서울식물원의 '이상한' 안전수칙

“아이는 되고 어른은 안된다?” 서울식물원의 '이상한' 안전수칙
지난 17일 서울식물원에서 배드민턴을 치며 여가를 즐기고 있는 어른과 아이./사진=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식물원이 ‘아이는 되고 어른은 안되는’ 안전수칙을 적용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식물원은 공원 내에서 배드민턴 등 체육활동 시 성인들 간 운동은 금지하는 반면 아동 동반의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식물원 측에서는 원칙적으로 장비를 사용하는 운동을 금하고 있으나 아이들에게는 예외적으로 허용했다는 입장이다.

24일 서울식물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식물원 내 열린숲에서 안전요원이 "성인들간 운동은 안전 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배드민턴과 캐치볼 등을 하는 시민을 제지시켰다. 공원 내 운동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아동 동반 운동은 허용했다. 이날 가족, 연인과 운동을 하기 위해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남자친구와 배드민턴을 치던 엄모씨(31)는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버젓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데, 어른들만 제지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며 "안전상 문제라는 표현도 이해가 되질 않지만, 굳이 막으려면 모두 금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식물원 내 금지 또는 유의사항에 안전요원이 안내한 ‘아동 동반’ 관련 내용은 전무하다. 서울식물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관람 유의사항에 '운동'과 관련된 어떠한 안내 문구도 없다. 식물원은 자전거, 인라인, 주류, 흡연 등을 금지하는 반면 이 밖에 다른 운동과 관련된 금지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서울 내 다른 공원과 다른 금지사항을 적용한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강공원 등 다른 공원에서는 운동 종목별로 달리한 금지사항은 없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모씨(36)는 "시민을 위해 공원을 조성했는데 가벼운 운동도 못하게 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며 "식물원의 취지 답게 특정 식물에 위해가 가하는 행동이 아니면 허용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서울식물원 측은 식물원 내 체육활동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입장이다. 식물원 관계자는 "원래 식물원 내 잔디에서 배드민턴과 같은 체육활동 자체가 안된다"면서 "한적한 곳에서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체육활동을 전면 허용하는 경우 배드민턴이나 족구 네트를 설치하고 조직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금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서울식물원은 지난 2018년 10월 임시 개방을 거쳐 2019년 5월 정식 개원해 올해 9월 현재까지 총 1260만 명이 다녀갔다. ‘공원’과 ‘식물원’을 결합한 서울 보타닉공원으로 50만4000㎡ 공간에 대규모 온실을 비롯한 주제정원, 호수, 습지 등을 갖추고 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