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대기업 세부담 늘리고 억만장자세 도입...中, 부동산세와 소득세 개혁
- 기업 활동 위축시켜 폐업, 실직 등 연쇄 파장 불가피 우려
2015년 9월 25일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뉴시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이 슬로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 우려 속에서도 이른바 부자증세에 시동을 걸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양극화 심화 해결책을 부자세금에서 찾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재계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증세는 경기둔화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부자 활동이 위축되면 근로자 실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양산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27일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26일(현지시간) 3조5000억달러 (약 4097조원) 사회복지성 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기업의 세부담을 늘리는 법인세 관련 법안을 공개했다.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이 최소 15%의 법인세를 내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3년 연속 매년 10억 달러(약 1조17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대기업 200여곳을 대상으로 향후 10년 동안 수천억 달러의 세수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외신은 분석했다.
극부유층을 대상으로 주식, 채권과 같은 자신의 미실현 이익에 최소 20%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걷는 이른바 ‘억만장자세’ 도입도 추진 중이다. 700여명이 과세 대상으로 오른다. 부동산 매각 후 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는 보도 역시 나온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지난 2·4분기 상위 10%가 전체 미국 주식 89%를 소유 중이며 하위 90%는 팬데믹 이전보다 1%p떨어진 11%라고 보도했다. 포브스지는 ‘2021년 세계 억만장자’ 기사에서 자산 10억 달러 이상 슈퍼리치는 지난해와 견줘 660명 증가했다고 전했다.
2035년까지 경제에서 미국을 뛰어넘겠다고 공언한 중국도 부자증세에 착수했다. 표면적인 목적은 미국과 유사한 분배(공동부유)다. 중국 정부는 10여 년 동안 추진하지 않았던 부동산세 시범 지역을 선정할 것을 결정했다.
또 소득세 등 과도한 고소득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개인소득세(한국 소득세)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월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제시한 공동부유 단계별 이행 목표의 후속 조치다.
하지만 미중 정부의 이런 판단은 경기 둔화라는 현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분배와 양극화 해소가 아니라 오히려 경제성장을 뒷걸음질 시켜 빈곤격차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예컨대 부동산세를 확대하면 부동산 시장 침체는 불가피하다. 이는 부동산 개발 업체는 물론 대행사와 판매업체, 협력업체 등의 일감 감소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폐업과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미 중국은 부동산 규제 이후 헝다그룹(에버그란데) 등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무더기 도산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헝다 전국 협력사 8441곳이 생사 위협을 겪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증세까지 이뤄지면 파산 속도는 가팔라질 수 있다.
1970년대 미국이 요트에 대한 특별소비세 제도를 신설했다가 판매망 자체가 무너지면서 폐업과 조선소 근무자 해고, 실업수당 확대 등 경제 악순환을 초래한 사례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의 말을 빌려 “한정 부총리가 전방위적 역풍을 우려해 전국적 부동산세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취지로 시 주석에게 건의했다”면서 “(중국에서)부동산세 부과는 잠재적인 사회 안정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프랑스, 헝가리, 그리스, 콜롬비아, 스웨덴 등은 감세로 경제회복과 성장동력 확보 전략을 짜고 있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500억유로(67조9000억원)의 세금 감면을 이어가고 헝가리는 내년 초 소득세 600억 포린트(약 2조3000억원)를 환급해 줄 예정이다. 골드만삭스는 “델타 변이 확산,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증세가 시장을 더 크게 흔들 재료”라고 밝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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