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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표류중인 SMR, 美 기술확보·英 대형투자로 선점 노려 [선진국 다시 원전 회귀]

美 뉴스케일 설계승인 상용화 앞서
英 신규사업에 1억6600만弗 투자
EU "원전, 녹색분류에 포함돼야"
日도 원전 재가동 추진에 힘실어

한국 표류중인 SMR, 美 기술확보·英 대형투자로 선점 노려 [선진국 다시 원전 회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에너지대계 강화를 위해 다시 원전 확대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특히 기존 대형원전보다 안정성이 높은 300㎿ 이하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집중하면서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되고 있다.

한국은 2012년 세계 첫 소형원전 기술을 개발하고도 탈원전 정책 등으로 SMR이 10여년째 표류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관련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적극 나서 차세대 SMR시장 선점 가능성을 높였다. 유럽연합(EU) 10개국은 원자력이 연말까지 EU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돼야 한다고 공동요구하며 원전 확산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최근 신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탄소중립을 위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중단된 원전 재가동에 힘을 싣고 있다.

■SMR 개술개발 한국 주춤…미국 도약

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국들이 2050 탄소제로를 위해 안정성이 높은 SMR 등 원전 확대로 에너지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이는 원전 강국인 한국이 2012년 세계 첫 소형원전인 '시스템 일체형 원자로(SMART)'를 개발해 표준설계인가를 받았지만 10여년째 표류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에서 SMR이 각광받자 우리 정부도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를 2028년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SMR 개발을 맡을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2025년 준공하기로 했다.

그새 미국의 뉴스케일 원전은 SMR 상용화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뉴스케일 SMR 노형은 지난해 8월 표준설계인가를 받아 기술성과 사업성이 세계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다. 75년간 원전에 비판적이던 민주당도 찬성으로 돌아서 초당적 협력으로 SMR 원천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공군은 알래스카주 아일슨 지역을 첫 초소형원전(5㎿ 규모) 건설부지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확정하고, 이르면 2027년 가동하기로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 소형원자로는 전기출력 300㎿ 이하지만, 미국 국방부는 대부분 2~10㎿ 규모의 초소형원자로를 지역별로 1기나 2기를 건설해 인근에 전력을 공급한다.

영국도 지난달 2050 탄소제로 달성전략을 발표하고, 신규 원자력 프로젝트에 총 1억2000만파운드(1억66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롤스로이스는 정부 자금지원을 승인받을 경우 SMR 16기를 건설하고, 2031년 SMR 1호기 전력망 연결을 목표로 내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년 집권 초기 탈원전을 외쳤지만,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으로 회귀했다. 마크롱은 당초 2035년까지 원자로 14개를 폐쇄하고 원전 비중을 현재 75%에서 50%로 줄인다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대란과 내년 대선을 고려해 친원전 정책으로 전환했다. 지난 10월 프랑스 산업혁신 정책 발표에서 SMR 개발 등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 예산 약 1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유럽 10개국 "원전, 녹색분류 포함해야"

EU 10개국(프랑스,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핀란드,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은 지난달 원자력이 연말까지 EU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돼야 한다고 공동요구했다. 탈탄소를 위해 에너지 생산·소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각국이 자유롭게 에너지 믹스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후 원전가동을 전면 중단했던 일본도 탄소제로를 위해 원전 재가동에 나선다. 일본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46% 감축하기로 해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다.

중국 중국핵공업그룹(CNNC)은 지난달 브뤼셀에서 개최된 원자력 콘퍼런스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매년 6~8기의 원자로를 건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