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스트리트] 글래스고

[fn스트리트] 글래스고
영국 글래스고 COP26 개최를 알리는 초대형 알림판 앞을 참가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영국 북서부 글래스고는 스코틀랜드 최대의 항구도시이다. 스코틀랜드어로는 '글래스가', 게일어로는 '글라사후'라고 부른다. 도시 지명의 유래가 된 글라사후는 '디어 그린 플레이스'(dear green place)라는 의미심장한 뜻을 품고 있다.

글래스고는 17세기 북미대륙에서 담배와 설탕, 면화를 독점적으로 들여오면서 무역도시로 부흥했다. 20세기 초반엔 세계 선박 제작의 20%를 담당한 조선도시였다. 이후 2차산업이 침체되면서 부와 영광은 사라지고 슬럼도시, 범죄도시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70년대 들어 도시재생을 통해 문화도시로 되태어났다. 클라이드강변에 사이언스센터가 세워져 랜드마크가 되었다. 1990년 '세계 문화수도'로 선정되면서 전시와 콘퍼런스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2개의 공항을 유치해 허브도시로 발돋움했고, 80여곳의 공원을 조성해 축제가 끊이지 않는 관광도시가 됐다.

역사적 정체성을 지키면서 거주성을 살린 문화예술도시 전략이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다. 버려진 공장, 조선소, 창고는 미술관, 대학 캠퍼스, 공연장으로 거듭났다. 글래스고 대학은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에 이어 1451년에 문을 연 명문대학이다. 이 대학 출신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증기기관 발명가 제임스 와트, 아르누보 건축의 대가 매킨토시가 남긴 흔적이 도시를 빛내고 있다.

10월 31일(현지시간)부터 2주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가 글래스고에서 열린다. 세계 주요국 정상 130여명을 포함한 197개국 정부 대표단과 환경운동가, 기업·금융인, 언론인 등 약 2만명이 모인다.
녹색인이 사는 녹색도시에서 최고위급 국가 간 녹색회의가 열리는 셈이다.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사수를 위한 유의미한 해법이 글래스고에서 나왔으면 한다. 인류의 기후변화 대응에 큰 획을 그은 장소라는 역사적 기록도 남기길 바란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