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원전굴기, 유럽은 SMR
원전 없이 탄소중립 불가능
중국은 탄소중립 목표 시기를 2060년으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매해 원전 10기씩 모두 150기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사진은 중국 광둥성 다야완 원전 전경. /사진=뉴시스
최근 세계 주요국들이 친원전 기류에 올라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탄소중립이 글로벌 어젠다로 부상하면서다. 무엇보다 중국의 '원전 굴기'가 놀랍다. 2060년 탄소중립을 위해 4400억달러(약 520조원)를 투입, 2035년까지 새 원전 150기를 추가 건설키로 했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와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도 소형모듈원전(SMR)과 차세대 원전 도입에 나선 지 오래다.
우리만 이런 국제 조류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영국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천명했다. 탄소 배출 세계 1, 3, 4위국인 중국(2060년), 인도(2070년), 러시아(2060년)보다 10~20년 빨리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량 13위인 한국이 과도한 의욕을 보일수록 국내 기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우려는 제쳐두더라도 원전 없이 목표를 달성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지금 세계는 탄소중립 시점을 가급적 늦추려 하거나, 원전으로 유턴하고 있다. 인도가 전자의 사례라면 후자를 선택한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유럽 선진국들이 원전 투자 확대에 나서고, 후쿠시마 사태를 겪은 일본조차 원전 30곳을 재가동할 태세다. 반면 우리는 2030년까지 탄소를 2018년 대비 40%이상 줄이겠다면서 실현성 있는 대안은 못 찾고 있다. 탄소 대신 다른 독성물질을 내뿜는 암모니아 발전까지 도입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전임 정부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한 바이든 정부의 원전 회귀도 주목된다. 탈탄소를 위해 차세대 원전인 SMR 개발에 32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세계 수준의 원전 기술을 보유한 두산중공업은 최근 이 흐름을 타고 큰 개가를 올렸다. 전략적 제휴 관계인 미국 뉴스케일이 루마니아에서 SMR 12기 건설에 참여하면서다. 현 정부의 탈원전 덫에 걸려 있던 두산중공업으로선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격이다.
3일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은 "원전 없이는 탄소중립이 불가하다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의향"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청와대 측은 탈원전 기조가 바뀐 건 아니라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는 국내 탈원전 드라이브가 해외 원전 세일즈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정황이다. 국내서 버린 자식 취급하며 해외로 입양된 아이가 잘 자라기를 바랄 순 없는 법이다.
현재 세계에서 독자적 원전 건설 역량을 갖춘 나라는 미·중·러와 프랑스, 일본, 한국 등이 전부다. 안전성이 보강된 미래 원전인 SMR에서는 우리나라가 선두주자다.
비단 해외 원전시장 개척 차원을 넘어서 에너지 안보나 친환경·탄소중립을 위해서도 원전은 필수다. 문 정부는 이제라도 탈원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야 한다. 누가 맡든 차기 정권은 SMR 등 차세대 원전 활용방안을 포함해 탄소중립 로드맵을 다시 짜는 게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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