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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동포사회 염원' 나가사키 원폭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건립

'재일 동포사회 염원' 나가사키 원폭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건립
일본 나가사키 평화공원에 설치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지난 6일 위령비 제막식이 열렸다. 이날 나가사키에는 비가 내렸다. 사진=독자 제공

【도쿄=조은효 특파원】 지난 6일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 평화공원에서 '한국인 나가사키 원폭 희생자 위령비 제막식'이 열렸다.

현장에는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와 여건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단장, 무카이야마 무네코 나가사키시 의회 공명당 대표 등 한일 양국 인사 100여명이 제막식에 참석했다. 평화공원 내 원폭 자료관 바로 앞에 자리 잡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건립 추진 27년 만에 세워졌다.

지난 1945년 8월 일제가 벌인 태평양 전쟁 말기,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는 원폭이 투하됐다. 나가사키에서만 7만4000명이 사망했고, 이 중 수천명~1만명은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반도 출신으로 추정된다. 히로시마에는 지난 1970년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세워져, 히로시마 원폭 투하 하루 전인 8월 5일에는 매년 희생자 위령제가 열렸으나, 그간 나가사키에는 위령비가 없었다. 재일동포 사회가 앞장서 1990년 위령비 건립이 추진됐으나, 부지확보 문제 등으로 진전을 이루지 못하다가 2011~2012년 한국원폭피해자협회와 후쿠오카 총영사관이 나가사키시에 장소 제공을 요청하면서 전기를 마련했다. 이에 2013년 민단 나가사키 본부와 후쿠오카총영사관, 한국후쿠오카청년회의소 등으로 구성된 건립위원회가 발족했다.

하지만 나가사키시 측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가 발생한 역사적 배경인 강제 징용이란 표현을 비문에 넣는 문제, 위령비 디자인 등을 이유로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현지 일본 우익 단체가 한국인 위령비 건립을 저지하기 위한 인터넷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재일 동포사회 염원' 나가사키 원폭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건립
지난 6일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 평화공원에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건립돼 한복 차림의 한 여성이 위령비에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재일 민단 나가사키현 본부 제공
'재일 동포사회 염원' 나가사키 원폭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건립
지난 6일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 평화공원에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건립식이 열렸다. 일본 학생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종이학을 접어 위령비에 바치고 있다. 사진/재일 민단 나가사키현 본부 제공

위령비 건립위를 중심으로 끈질기게 시 당국과 의회를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전개했고, 올해 3월 부지 제공 승인이 났다. 이날 강창일 주일 대사는 "평화를 지키는 마음, 그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늘 제막식이 있기까지 이런저런 어려움과 주변의 회의적인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이것이 올바른 길이기에 묵묵히 헤쳐오신 여러분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강성춘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나가사키현 지방본부 단장은 인사말을 통해 1994년부터 시작된 위령비 건립 경위를 설명한 뒤 "우리 한국인 동포의 손으로 염원하던 위령비를 건립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원폭 투하 시간과 같은 11시 2분에 참석자들은 한국인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했다. 일본 고등학생 평화사절단 소속 여학생들은 평화를 상징하는 종이학 1000마리를 접어, 위령비에 바쳤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