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부채관리 수위를 또 한번 높였다. 금융위원회의 지난달 26일 가계부채관리대책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내년 7월에서 1월로 6개월 앞당겨 시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용대출의 산정 만기도 7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
차주들의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들게 됐다. 대출 가능 금액을 시뮬레이션해보면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함께 받으면 타격이 커진다. 연소득 5000만원 직장인의 경우 마이너스통장 5000만원을 끼고 있으면 대출 가능한 총액은 올해 약 2억2000만원에서 약 1억7000만원 깎인다. 마이너스통장을 갚아도 이전처럼 후한 대출은 받기 어렵다. 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간 은행권의 심사가 어느 때보다 더 깐깐해졌다. 영끌·빚투 하지 말라는 시그널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대책 발표에 앞서 "가계부채 관리는 인기 없는 대책"이라고 언급했다. 자칫하면 실수요 피해를 입을 수 있고, 투자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투자 여력이 줄어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곳곳에서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공감할 만한 요소는 크다. 무주택자 입장에서 손쉽게 내집 마련을 하려면 넉넉한 대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빚 내서 주식, 코인 등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내집 마련은 또 다른 문제다. DSR을 적용하면 소득 규모 내에서 매월 갚을 수 있는 한도만큼만 빌리도록 했다. 예전처럼 소득 대비 과도한 빚을 내서 집을 사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주요 지역 집값이 우상향한다는 것만 가정한다면 대출규제는 내집 마련 타이밍을 늦추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 배경엔 일견 타당한 이유가 있다. 우선 실물경제 대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지난해 들어 100%를 넘어섰고, 지난 상반기 104%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미국(79.2%), 일본(63.9%), 프랑스(65.8%) 등에 비하면 비중이 높은 셈이다. 닥쳐올 내·외부 변수도 위험한 상황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논의는 지속되고 있다. 국내에선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다. 이를 두고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수차례 "퍼펙트 스톰"에 비유했다.
정부는 여러 번 가계부채 관리 일정을 공개했다. 올해 6% 선으로 예상되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내년엔 4%로 조인다. 전례도 있었다. 2016년 11.6%까지 올랐던 증가율은 2017년에 8.1%로 떨어졌고 2018년 5.9%, 2019년 4.1%로 바닥을 찍었다.
다만 정부의 선의에도 차주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실수요 차주들에게 전세대출, 잔금대출 등 애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 피해를 밀착 감시하는 세심함이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 연착륙의 필수조건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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