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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수십만t 묻어둔 매립지… 도심속 테마공원 변신 시도 [흉물로 방치된 땅]

5 인천 송도테마파크 사업 부지
테마파크 병행 조건 도시개발사업
올 9월에 사업실시계획 변경 신청
인천시, 2차례 토양오염 정화 명령
송도국제도시 인접 땅값 6배 올라

폐기물 수십만t 묻어둔 매립지… 도심속 테마공원 변신 시도 [흉물로 방치된 땅]
부영주택이 추진 중인 송도테마파크 사업과 도시개발 사업이 11년째 진행되지 않으면서 92만4824㎡(약 28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토지가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사진은 부영주택이 2017년 공개한 송도테마파크 조감도 부영그룹 제공
【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부영주택이 인천 동춘동 일원에 추진 중인 송도테마파크 사업과 도시개발 사업이 11년째 진행되지 않으면서 92만4824㎡(약 28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토지가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9일 인천시에 따르면 송도테마파크는 송도유원지 부지의 일부로 지난 2008년 대우자판이 도시개발사업의 사회공헌사업 일환으로 파라마운트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했으나 2010년에 워크아웃 되며 무산됐다.

송도테마파크는 대우자동차판매㈜의 워크아웃 이후 사실상 방치되다가 2015년 10월 부영주택에게 3150억원에 매각됐다.

인천시는 부영주택이 수익사업인 아파트 건설사업에만 주력하고 테마파크 사업을 소홀히 할 것을 우려해 도시개발사업 인가 전제조건으로 테마파크 완공 3개월 전에 아파트 착공 및 분양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송도테마파크 사업(49만9575㎡)이 취소되면 도시개발 사업(42만5249㎡)도 같이 취소되도록 했다.

부영주택은 사업권 인수 후 송도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했으나 갖가지 이유로 사업이 계속 지연됐다. 당초 2015년 도시개발사업의 인가기한도 올해 말까지 6차례나 연기됐다. 대우자동차판매㈜ 워크아웃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11년째 개발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 사업인가기한이 연기될 때마다 착공과 완공시기도 연기됐다.

■대우자판 워크아웃 이후 11년째 방치된 채

부영주택은 2017년 4월 떠들썩하게 기자회견을 하고 2020년 상반기까지 완공하겠다며 마스터플랜을 공개했다가 채 1년도 못 돼 같은 해 12월 완공시기를 2023년으로 연장했다.

시는 송도테마파크의 실시계획인가 사업기한을 총 3차례 연장해준 뒤 지난 2018년 4월 사업의 실효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시는 부영주택의 사업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환경영향 평가서를 보완하기 위해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부영주택의 요청에 인천시는 사업기한 연장을 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부영주택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법원은 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사업추진 의지가 없다고 볼 수 없다며 부영의 손을 들어줬다. 패소 이후 변경 절차가 다시 진행됐다.

부영주택은 올해 9월 말 송도테마파크사업의 실시계획인가 변경 신청서를 인천시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놀이시설을 테마공원 등으로 변경하는 내용만 담겼을 뿐 사업에 필요한 설계도서와 자금조달 방안, 토양오염정화 계획 등이 빠졌다.

시는 사업계획 변경 타당성이 미흡하고 관련 설계도서가 규정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이달 5일까지 보완서류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부영주택은 지난 5일 보완서류를 인천시에 제출했다. 부영주택은 보완서류에 사업지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 당초 계획한 놀이기구·물놀이시설 설치는 적합하지 않다며 테마별로 체류형공원을 조성한다고 제안했다. 완공시기도 오는 2023년에서 2026년으로 연장 신청했다.

착공은 토양오염을 정화한 뒤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부터 토양정화계획을 수립·확정해 정화작업을 실시하고 2024년께 착공키로 했다.

■38만6400㎡ 토양오염 정화작업 병행해야

사업기한 연장만큼 중요한 문제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서 드러난 토양오염에 대한 정화작업이지만 이마저도 진척이 전혀 없는 상태다. 송도테마파크 부지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조성 이전에 각종 생활폐기물과 산업폐기물을 매립했던 매립지였다. 이곳에는 수십만t의 폐기물이 묻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영주택이 2018년 인천 연수구에 제출한 '송도 테마파크 부지의 토양 정밀조사 및 매립폐기물 조사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송도테마파크 전체 면적 49만8833㎡ 중 77%인 38만6449㎡가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는 발암물질인 비소를 비롯 납, 벤젠, 불소, 아연,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토양오염우려기준(2지역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수구는 2018년 12월 오염된 토양을 2년 내로 정화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부영주택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2023년 1월까지 토양오염을 정화하라는 2차 명령을 내렸다. 부영주택은 현재까지 토양정화를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토양정화계획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국제도시 인접 매년 토지 신고가

송도테마파크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영주택이 사업자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가만히 있어도 땅값이 계속 오르기 때문에 굳이 사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송도테마파크 사업과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는 부지는 송도국제도시와 인접해 있는 금싸라기 토지이다. 부영주택이 2015년 이 토지를 매입할 당시 주변 시세가 3.3㎡ 당 500만원대였으나 현재는 2500만∼3000만원으로 5∼6배가 올랐다.

김희철 인천시의원은 최근 인천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부영은 7년 전 약 1200만원에 사들인 서울 용산구 내 부지를 서울시가 3배 넘는 가격으로 산다고 제안해도 앞으로의 개발이익을 고려해 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송도테마파크 사업 역시 사업부지 인근 아파트 세대수 확대로 개발이익이 극대화될 때까지 사업을 시작하지 않고 버티는 것으로 보인다.
부영주택의 사업시행자 지위를 박탈하고 새 사업시행자 공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보완서류에서 부영주택의 사업 의지가 조금 보인다. 보완서류를 검토해 관계부서와 협의하고 환경영향평가 등 제반 평가를 진행한 뒤 실시계획인가를 결정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kapsoo@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