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중점은 교육이 아닌 방역
"사격술 훈련 부족"
조교들은 남은 반찬 먹고 찬물 샤워
[파이낸셜뉴스]
지난 5월3일 오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에서 입영장병들이 입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육군훈련소의 한 조교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대로 된 훈련은 진행되지 않는 와중에 훈련병들의 샤워·식사는 물론 칫솔 등 비품까지 챙겨주고 혹사당하고 있다며 복무 환경 개선을 호소했다.
자신을 "현재 육군훈련소 2X연대에서 조교로 근무중인 병사다"고 신분을 밝힌 A조교는 9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 페이지에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훈련병을 상전처럼 떠 받들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건 '찬물 샤워'와 '쪼그려 앉아 남은 반찬으로 밥을 먹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A조교는 "요즘 훈련소의 중점은 교육이 아닌 절대 방역이다"며 "사격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사격술훈련이 매우 부족해 사격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훈련병들이 대다수"라고 알렸다.
이어 "사격장에서 사로 통제를 하는 조교들 입장에서는 탄알 장전조차 할 줄 모르는 훈련병들을 계속 보고 있으면 답답함이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방역이 우선되는 상황에 훈련병의 식사를 조교들이 챙겨야 하는 상황도 전했다. A조교는 "코로나 시국에 훈련병들은 사격주차가 끝날 때까지 생활관에서 배식을 받는다"며 "당연히 배식은 분대장들이 해주고 식사추진과 배식 마무리, 설거지까지 분대장들과 행정보급병이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그렇게 일하며 조교들은 퇴근하면 19시가 넘는 게 기본"이라며 "밥 먹을 시간도 자리도 없어 배식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쪼그려 앉아 남은 반찬들을 먹는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갈무리
아울러 A조교는 "뒤늦게 퇴근하고 샤워를 하면 훈련병들이 이미 샤워를 실시한 후이기에 따뜻한 물이 잘 나오지 않아 겨울에도 억지로 찬물로 샤워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A조교는 "조교들은 코로나19 이후 면회·외출·외박도 못 했고, 휴가도 많이 제한돼 대부분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 조금 더 환경이 나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해당 페이지의 관리자는 육군훈련소 담당자에게 A조교의 제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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