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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뭉치 속 DNA에 ‘덜미’…20년 전 강간범, 돌연 혐의 인정

제주지검, 항소심도 징역 10년 구형…“원심 4년 선고, 너무 가벼워 부당”

휴지뭉치 속 DNA에 ‘덜미’…20년 전 강간범, 돌연 혐의 인정
광주고법 제주부가 있는 제주지법

[제주=좌승훈 기자] 검찰이 공소시효 만료 직전 범죄현장에 흘리고 간 휴지뭉치 속 유전자(DNA) 분석해 강간범으로 특정된 50대 남성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의 판결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취지다.

■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에 기소

제주지방검찰청은 10일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성폭력 범죄의 처벌·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강간·주거침입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56)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아울러 A씨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 10년 간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시설 취업 제한,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의 변호인은 이날 최후 변론에서 “현재 별개 사건으로 복역 중인 피고인은 20년 전 이 사건 범행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항소심에서는 모든 혐의를 시인하며 뉘우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A씨는 원심 내내 무죄를 주장했다. A씨도 이날 최후 진술에서 “이 자리에 다시 서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며 "늦었지만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 1심에선 ‘기억이 안 난다’ 부인

앞선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2001년 당시 수집된 휴지뭉치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취지의 '증거부동의'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현장에 떨어진 유류물이 피해자 소유의 물건이더라도 당시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 즉 압수영장을 발부받는 등의 필수 요소를 누락한 증거물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항소심 선고는 11월24일 오전 10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A씨는 2001년 제주에서 다수의 피해자들을 잇따라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01년 3월 제주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피해자를 강간한 혐의로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인 지난 3월 2일 기소됐다.

사건 당시 현장에 남은 증거는 피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정액이 묻은 휴지뭉치 5점이 유일했다.

■ 183건의 범죄 저질러 복역 중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휴지뭉치에 묻은 정액에서 DNA를 검출했지만, 해당 DNA와 일치하는 인물을 알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검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DNA 분석을 통해 과거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의 유전자가 2001년 사건 현장에 떨어진 휴지뭉치 속 주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A씨는 이미 인천·경기·서울 등지에서 성범죄 18건과 강력범죄 165건 등 모두 183건의 범죄를 저지르다, 2009년 인천에서 검거돼 1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A씨의 출소일은 2027년 2월 24일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